제 주위에는 아직도 P씨와 「사귀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안 배워도 쉽게 쓸 수 있는 컴퓨터가 곧 나올 것이다』라고 사람들은 말하죠. 저도 언젠가는 그런 컴퓨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만 해도 도스(DOS)를 모르면 PC를 할 수 없었죠. 도스는 외워야 할 명령어가 너무 많아 마치 외국어 하나를 더 배우는 기분이었습니다. 불문과를 갈까, 도스과를 갈까 고민할 정도였으니까요. 간단하게 포기했죠. 「더 쉬운 컴퓨터가 나오면 배워야지」하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윈도라는 게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같이 배워 본 윈도95의 이전 것이었는데, 윈도95보다는 좀 어려웠지만 DOS보다는 「백배천배」 쉬웠습니다. 「아! 이게 누구나 하는 컴퓨터구나」하고 전 무릎을 쳤습니다. 그런데 그 때도 주위를 둘러보면 「컴퓨터는 어려운 것, 더 쉬운 게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더군요. 한 번 해 보면 그리 어렵지도 않은데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어쨌든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은 계속 더 쉬운 것을 개발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모양이에요. 도스 윈도 등을 만들어 세계 최고 부자가 된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번에는 윈도95보다 더 쉬운 윈도98을 내놓는다는 소식입니다. 옛날부터 윈도95 다음은 무엇이 될 것이냐를 놓고 얘기가 많았었대요. 사람들은 윈도97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빌 게이츠는 생각보다 늦게 윈도95의 후속모델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지금은 결함을 발견하기 위한 시험중에 있다는 데 써본 사람들 얘기가 윈도95보다 훨씬 쉬워졌다는군요. 버튼을 눌러야 하는 수가 크게 줄었고, 「닥터 왓슨」이라는 기능이 컴퓨터에 이상이 없나 늘 검사를 하고 창의 그림도 예뻐졌대요. 지금은 창의 제목줄이 단색으로 돼 있는데 윈도98의 제목줄은 옆으로 점점 흐려지게 처리했다는군요. TV수신기와 「프로그램 가이드」라는 게 들어 있어서 컴퓨터로 TV도 볼 수 있고, TV를 보기 전에 그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를 미리 보여준답니다.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고,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인터넷으로 보내준대요. 갑자기 정전이 되거나 실수로 스위치를 꺼도 컴퓨터가 알아서 고장나지 않도록 수리를 하게 만들었고요. 이게 시장에 나오면 또 엄청나게 팔려나갈 것 같다고 말들 하더군요. 사실 전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도 개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 나서서 정말 쉬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떼돈을 번다면 지금의 경제불황이나 기아사태는 일어나지도 않았겠죠? 다음부터는 우리나라 워드프로세서의 자존심 「아래아 한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서경석(MBC코미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