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군의 날을 맞아 필자가 무관으로 주재했던 스위스인들의 자주국방정신을 새롭게 되새겨본다. 스위스는 익히 알려진대로 강력한 국방력을 가진 영세중립국이다. 강력한 국방력은 무기나 장비 측면보다 「나라를 지킨다」는 정신력에서 나온다. 스위스도 우리와 같은 국민개병제를 택하고 있다. 남자는 20세가 되면 입대해야 한다. 만19세에 신체검사를 받는데 이때 건강진단과 체력검정도 함께 받는다. 우리와 다른 점은 체력검정과 학력 경력 및 본인의 의사를 물어 병과도 결정한다. 체력검정은 단거리 장거리 넓이뛰기 던지기 턱걸이 등으로 군복무가 가능한 기초체력을 측정한다. 젊은이들은 모든 종목에 합격하려고 기를 쓰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입대하면 15주간의 신병교육을 마치고 귀향한다. 현역복무는 이게 전부다. 귀향때는 군복을 포함해 개인장비 일체와 소총 실탄까지 받아와 집에 보관한다. 지급받은 장비는 매년 부대에 갖고가 점검을 받는다. 만43세에 병역의무를 마치고 민방위에 편성된다. 그때까지 2년마다 19일씩 예비군훈련을 받는다. 사격훈련은 매년 받는다. 한번은 우리나라 합참의장이 스위스를 공식방문한 적이 있었다. 스위스군 총사령관과 훈련을 참관한 뒤 한 사단장의 운전병을 소개받았다. 동원훈련중에는 사단장 운전병이지만 실제는 연방의회 의원이며 더구나 국방분과위원이었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국방의식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다. 또 하나 어느 병원의사의 연간 계획표중에 붉은 줄이 있기에 물어봤다. 동원훈련기간이라며 이 기간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휴가 출장 등 모든 계획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대비도 철저하다. 아파트나 건물마다 지하대피소를 마련해 놓고 있다. 지하대피소가 없는 오래된 건물이나 농촌지역은 정부가 마련한 통합대피소를 이용한다. 출입문은 철문으로 핵폭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스위스는 전국민을 수용한다는 방침아래 대피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현재 약 90%까지 수용할 수 있다. 전시식량배급제도도 완벽하다. 배급카드까지 발급돼 있다. 전시상황이 되면 목초지는 곡물생산지로 전환된다. 스위스 국방부앞 정원에는 장미가 심어져 있지만 2차대전때는 감자밭이었다. 스위스인들은 그 역사를 대단히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스위스인들의 국방의식은 생활신조다. 아무도 귀찮아하지 않고 불만을 말하지 않는다. 가장 평화로운 나라의 국민이 가장 강인한 국방의식을 갖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진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