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외무위 ▼ 외무부에 대한 통일외무위의 국정감사장은 2일 내내 미국의 슈퍼301조 발동에 따른 한미(韓美)간 통상마찰 문제로 뜨거웠다. 국민회의 김상우(金翔宇) 양성철(梁性喆)의원은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자동차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텐데 평소 통상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외무부는 무엇을 했느냐』고 따지고 『이번 일은 정부 통상외교의 전반적인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라고 질타했다. 신한국당 유흥수(柳興洙) 이신범(李信範)의원도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시장까지 한미간 통상마찰이 심화하고 있는데도 정부 내에는 근본적인 전략이 제대로 수립돼 있지 않은 것 아니냐』고 추궁하고 『무역적자의 3분의 2가 미국으로부터 발생하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생긴 것은 미국정부를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따졌다. 정부의 향후 대응방안과 관련, 신한국당 김도언(金道彦)의원은 『앞으로 1년 정도의 여유가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정부가 우리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밀려서는 안된다』고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자민련 이건개(李健介)의원은 『정부가 미국의 일방적인 압력에 굴복, 외국차의 무차별한 수입이 급증할 경우 우리 자동차산업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따라서 정부도 이제는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세계무역기구(WTO)제소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신범의원은 『미국측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정부가 WTO 제소 등의 방침을 정한데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한미간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고려, 먼저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 봐야 한다』고 온건론을 폈다. 김상우의원은 『정부는 앞으로의 협상에 대비, 미국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압력용 카드」를 찾아 봐야 한다』며 이를 위해 관련부처간 강력한 협력체제를 빨리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의원들은 자동차협상 결렬 이유를 대체로 「미국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거나 미국이 한국 자동차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 통상산업위 ▼ 국회 통상산업위원회(위원장 손세일·孫世一)는 2일 특허청 및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대한 국감에 앞서 미국의 슈퍼301조 발동을 규탄하는 긴급 결의문을 채택했다. 통산위는 이날 새벽 슈퍼 301조 발동 소식이 알려짐에 따라 예정된 국감 일정을 잠시 중단한 채 한덕수(韓悳洙)통상산업부차관을 불러 3차례의 한미(韓美) 자동차 실무협상경과와 슈퍼 301조 발동에 관한 상황보고를 듣고 이같이 결정했다. 통산위는 결의문을 통해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용인될 수 없는 슈퍼 301조를 발동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또 일방적 통상보복으로 한국의 이익이 침해받을 경우 미국을 WTO에 제소, 다자간 규범에 따른 문제 해결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의문 채택에 앞서 통산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부의 상황판단 및 협상자세가 무사안일했다고 비판한 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통상 분쟁사례를 정확히 분석,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한국당의 남평우(南平祐)의원은 『우리는 연례행사같은 미국의 개방압력에 대해 나름대로 성의를 나타냈다』며 『그런데도 미국이 유럽보다도 낮은 수입관세를 더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대응자세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고 따졌다. 남의원은 특히 『재외공관장 1백45명중 1백36명이 외제차를 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 차가 외국에서 잘 팔리기를 기대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회의의 박광태(朴光泰)의원은 질의를 통해 『미국은 이번 사태에서 보듯 WTO라는 다자협상 무기와 슈퍼 301조라는 쌍무협상 무기를 전략적으로 연계, 자국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만 타결되면 쌍무적인 통상보복은 없을 것으로 안이하게 판단했다』고 질타했다. 국민회의의 김경재(金景梓)의원은 『이번 슈퍼 301조 발동은 인도네시아 국민차 사업에서 미국의 GM을 이긴 기아자동차를 고립시키기 위한 책략의 하나가 아니냐』고 따졌다. 한편 이날 협상경과 보고 및 질의답변에 나선 한통산부차관은 『현 시점에서 미국 정부가 제기한 우리 관세 세제 문제를 현실적으로 개편하기 어려운 만큼 미국측이 실제로 보복법을 발동할 가능성을 50%로 잡았다』고 털어놓고 『미국은 협상기간을 좀더 장기화함으로써 우리의 세제개편 작업을 지켜보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문 철·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