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초가을, 전국 대학에는 동아일보사가 주관하는 대학정보화 랭킹평가를 준비하느라 대선정국 못지 않게 그 열기가 뜨겁다. ▼ 대학정보화 추진 열기 ▼ 작년에 이어 두번째 실시하는 대학정보화 랭킹평가는 대학정보화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대학정보화사업을 측면 지원한다는 점에서는 당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보화시대에 앞서가는 기업을 따라잡지 못하는 각 대학들에 엄한 채찍을 치는 무서운 면이 있다. 작년 얼떨결에 평가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던 대학들은 평가 결과의 파장에 크게 놀라 금년에는 정보화사업 추진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열정을 보여 주고 있다. 통신망과 같은 정보인프라 구축을 바탕으로 하고 궁극적으로는 대학의 좋은 정보화시설과 지식을 지역사회에 보급하는 지역정보화 서비스에 이르는 다양한 문항으로 평가함으로써 그야말로 우리의 대학들이 정보화 전반을 고민하게 만들고 또 경쟁적으로 역점사업화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이런 추세로 나아간다면 내년쯤 전국 거의 모든 대학의 정보화사업은 상당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국가정보화다. 대선 후보중의 한분이 노트북 컴퓨터를 앞에 놓고 국가정보화정책을 발표하는 장면을 TV에서 보았다. 아마 다른 후보들도 머지 않아 비슷한 모습으로 국가정보화 정책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정보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과 그간 정부 여러 부처의 자문위원 등으로 일하는 과정에서 감지한 국가정보화의 허와 실을 따져보면서 국가정보화 정책에 대해 몇가지를 제언해 본다. 첫째, 국가정보화 정책을 총괄하는 창구의 일원화이다. 정보통신부를 주축으로 각 부처나 산하단체가 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각각 자기 방식대로 추진함에 따라 일관성 부재, 중복투자, 과당경쟁 등의 우를 범하고 있다. 차기 정권에서는 대통령비서실에 정보화담당 장관급 비서관을 수석으로 하는 정보화팀을 두어 위에 열거한 문제를 조정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겠다. 둘째, 정보화를 전제로 한 인력조정 및 배치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각 기업체, 심지어 대학까지 정보화 사무자동화를 강력히 추진하여 인력동결 또는 명예퇴직을 강행하여 인건비 절감을 통한 경영합리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정부와 각 산하단체에서는 전혀 이런 기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해답은 간단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어느 부처 또는 어느 산하기관을 대기업에 위탁경영하거나 민영화했다고 가정하고 적정인력을 산정해보면 쉽게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셋째, 정부기관에도 CIO(Chief Information Officer)직책을 도입하자. 기업과 대학에도 CIO 임명이 보편화하고 있는 작금에 과감하게 CIO를 정부기관 및 산하기관에 도입하자. ▼ 최고의 인프라는 인간 ▼ 국가정보화는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성공적 정보화를 통하여 국가예산 10% 절감의 효과를 기대해 보기를 권유한다. 정보화의 최상의 인프라는 인간이다. 정보화사회에 적합한 교육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인력에 초고속 컴퓨터망이나 최신 PC를 설치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정보화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대학이 맡고 잘 교육된 인재배치와 정책연결은 국가가 맡아야 하지 않겠는가. 동아일보 대학정보화 평가를 통해 대학정보화가 상당수준에 도달했음을 인식하여 차제에 국가정보화도 평가 기회를 만들어 국가도약의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오해석 (숭실대부총장/전산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