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는 가을 저녁 한적한 카페에 앉아 아스팔트 위에 뒹구는 낙엽을 내다보며 마주하는 한잔의 홍차. 노을진 서녘 하늘 빛 차와 함께 가을을 마신다. 영어로 「블랙티」라고 불리는 홍차는 17세기초 중국차가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수송이 편리해 인기를 끌게 된 발효차. 우롱차 계열의 무이(武夷)차가 원조지만 생산 지역에 따라 이름이 붙어 지금은 다즐링 우바 기문이 세계 3대 홍차로 꼽힌다. ▼ 종류 ▼ 중국산 홍차의 대명사인 기문(祈門)은 안휘성 기문현에서 생산되며 선홍색 빛깔과 난초향 같은 향기가 일품. 인도 벵골주 히말라야 산맥의 고지에서 생산되는 다즐링은 「홍차의 여왕」으로 불린다. 스리랑카 중부 고산지대에서 재배되는 우바는 밝은 오렌지빛과 은은한 장미향이 특징. 이밖에 실론티는 스리랑카의 실론섬에서 나오며 감칠맛과 황금빛 찻물이 자랑이다. 영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얼그레이는 중국산 홍차와 실론차를 섞은 배합차. 이처럼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된 홍차에 「포트넘&메이슨」 「트와이닝스」 「립톤」 같은 제조원의 이름이 붙여진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홍차는 별표와 같다. 홍차는 녹차와 마찬가지로 채취 시기와 찻잎의 크기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9,10월경에 딴 어린잎을 발효시켜 찻잎이 작고 흰털이 많은 것이 상등품이며 대부분 잎차 형태로 판매된다. 포장용기에 「빈티지」라고 표기된 제품은 최고급 차를 의미한다. 티백용으로는 색이 짙고 찻잎이 거친 중하급품이 주로 사용된다. ▼ 마시는 법 ▼ 「티타임」이 일상화된 영국에서는 마시는 시간에 따라 차의 이름이 달라진다. 아침식사 때 마시는 「블랙퍼스트 티」, 오전 11시경의 「일레븐 티」, 점심식사 직후의 「미드데이 티」, 오후 4시∼4시반경의 「애프터눈 티」로 구분돼 있다. 서울프라자호텔의 식음조리담당 수석부장 장 피에르 데크레키는 『영국 주부들은 애프터눈 티타임에 손님을 주로 초대하며 간단한 샌드위치, 스콘과 마들렌 같은 영국식 케이크, 스틸톤치즈와 초컬릿 가운데 몇가지를 도자기로 된 차세트에 함께 차려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는 레몬즙과 설탕을 넣어 마시는 미국식 스트레이트티와 위스키를 조금 넣는 위스키티 정도가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사과나 딸기를 넣은 과일티, 우유를 넣은 밀크티도 즐겨 마신다. 차 전문가 한승환씨의 도움을 받아 홍차를 영국식으로 마시는 방법을 알아본다. △애플티〓차 2스푼, 은행잎처럼 썬 사과 3조각을 차주전자에 넣고 2백㏄의 팔팔 끓는 물을 붓는다. 따뜻한 찻잔에 얇게 썬 사과 2, 3조각을 넣어 둔다. 1∼2분 정도 우려낸 찻물을 찻잔에 따라 마신다. △스트로베리티〓차주전자에 끓는 물 2백㏄, 차 2스푼, 으깬 딸기 반조각을 넣고 함께 우린다. 따뜻한 찻잔에 얇게 썬 딸기 2,3조각과 로제와인을 1,2티스푼 넣어 뒀다가 1∼2분 가량 우려낸 차를 부어 마신다. △잼 티〓차주전자에 2백㏄의 물과 찻잎 1스푼을 넣고 우려낸다. 오렌지와 레몬을 얇게 썰어 2조각씩 따뜻한 찻잔에 넣은 뒤 보드카 2티스푼을 붓는다. 여기에 1∼2분간 우려낸 찻물을 붓고 포도잼을 넣어 저어 마신다. △밀크티〓차주전자에 찻잎 1스푼과 뜨거운 물 3백50㏄를 붓고 3∼4분간 우려낸다. 데운 찻잔에 보통우유와 연유를 2대1로 혼합한 것을 기호에 따라 20∼40㏄정도 부어뒀다가 차를 따라 저어 마신다. 〈박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