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 전당 중앙로비에 들어서면 폭 7m, 높이 3m의 거대한 벽화를 볼 수 있다. 장대한 산맥과 드넓은 대지, 그 속에 자리한 만물의 약동하는 생명력을 표현한 「이제 영원과 마주서노니」.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던 화가 유근상씨(33)가 지난 92년 28세의 젊은 나이에 그린 것이다. 그 주인공 유씨가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02―721―7772)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12일까지. 올초에 귀국한 유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회화작품들과 일종의 유리조각인 「비잔틴 모자이크 글라스」라는 특이 재료를 사용한 모자이크화를 선보인다. 두꺼운 물감처리로 풍부한 질감을 전해주는 그의 회화작품들은 그동안 그리워했던 한국의 산과 강들을 화폭에 옮긴 것이다. 모자이크를 이용한 작품들은 「생명의 소리」 「자연의 소리」시리즈. 그는 『회화의 평면성을 극복하고 화면에 입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모자이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 등에서만 산출된다는 「비잔틴 모자이크 글라스」들이 특유의 색감으로 표면위에 도드라져 있다. 「생명의 소리」는 깨어지는 알(卵), 굽이치는 물결 등을 통해 생명의 힘을 전하고 있다. 「자연의 소리」는 부드러운 곡선을 지닌 낮은 구릉과 촌락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푸근함을 표현하고 있다. 서울출생인 유씨는 문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84년 곧바로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미술원에서 수학했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에 치중된 회화 유학을 탈피하고 관심있던 중세미술도 공부할 겸 중세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이탈리아로 갔다』고 말했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을 지낸 평론가 올리바 등이 선정한 89년 이탈리아 평론 대상인 에밀리아 그레코상, 89년 이탈리아 문화부주최 유럽미술전대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쌓았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