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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백윤식]「파랑새…」서 신용사회 비웃는 사기꾼

입력 | 1997-10-06 08:00:00


신문을 뒤적이던 사기꾼이 한마디한다. 『거 정말 못보겠네. 정치인들이 국민 생각은 안하고 서로 잘났다고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남 등쳐먹는 인물이 남의 부도덕성을 욕하는 장면. KBS2 주말드라마 「파랑새는 있다」는 이처럼 역설적인 풍자를 동원한다. 다수의 사기꾼이 등장하는 이 드라마에서 사기꾼들의 두목격으로 나오는 백관장. 탤런트 백윤식이 연기하는 백관장은 무술도장을 차린뒤 차력사들을 끌어모아 전국을 돌던 돌팔이 약장수였다. 어렵게 모은 돈을 혼자 챙겨 도망가고 믿고 따르던 시골청년이 품을 팔아 저축한 돈마저 갈취한다. 최근에는 돈많은 중년 여성을 유혹해 거액의 돈을 뜯어내려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철저하게 상대를 믿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그것은 비록 사기일지라도 자기 직업을 철저하게 신봉하는 프로의식과 빗나간 자기확신의 결과다. 이러한 그의 사기행각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즉석복권을 긁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또 꽝이네…』라고 중얼거리는 등 앞뒤 안맞는 상황에서 보이는 「엉뚱한 진지함」, 빈 공사장을 빌려 백씨문중에서 짓고 있는 영화세트장이라고 속이는 황당무계함 등 때문이다. 백씨는 『시청자들이 사기내용과 그 사기극이 과연 성공할지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고 말한다. 부도덕한 일탈을 겪어보지 못한 시청자들의 가슴을 자극하는 아슬아슬한 스릴도 한몫하고 있는 것. 작가 김운경씨는 『얼마전 연변 조선족사회를 쑥밭으로 만들었던 한국인 사기꾼들을 보고 이같은 인물을 설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칙과 약속이 안지켜지고 사기가 만연한 우리사회를 풍자해보고 싶었다』는 것. 웃음을 유발하는 백관장의 행태는 알고보면 우리사회의 부도덕성에 대한 신랄한 비웃음이다. 작가는 백관장이 지니는 코믹한 매력, 엉뚱한 사기행각이 주는 기발한 웃음이 자칫 불러올 수 있는 「범죄의 용인」을 경계한다. 사기영화의 대표작 「스팅」은 야비한 갱두목을 골탕먹이는 내용으로 통쾌함을 주었다. 그러나 백관장의 사기는 평범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그 「성공」이 그리는 것은 부정직의 승리일 뿐이다. 작가는 『허황되게 사기를 치다 실패하는 인간을 그릴 것』이라고 말한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