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가 죽어간다. 전국 곳곳에서 지하수를 무차별 개발하고 있으나 개발 이후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폐공이 그대로 방치돼 오염된 지표수가 지하로 스며드는 일이 예사이며 쓰레기매립장 부근이나 공단지역의 지하수 오염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나라 지하수 추정치는 연간 수자원 총량의 12배 가량인 1조5천억t. 이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사한 공식적인 지하수 이용량은 연간 26억t이지만 지하수환경학회는 실제 이용량이 2배 가량인 50억t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지하수 문제는 오염과 고갈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지하수 오염은 그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 놓은 자료조차 없을 정도로 대책이 전무하다. 오염원으로 주유소나 공장의 지하탱크에 저장된 유류 등 오염물질과 생활하수 산성비 대기오염물질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어느 지역에서 어느 정도 오염이 되고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특히 5m마다 한곳 꼴로 파손된 하수관에서 새어나와 지하수를 크게 오염시키고 있는 오폐수에 대한 대책도 전혀 없다. 최근 「서울 지하수 중 88.5%는 마실 수 없다」는 판정이 나온데도 바로 하수관 오염원이 가장 큰 요인이다. 또 95년 이후 시민들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마실 수 있는지 조사해달라」며 분석의뢰한 1천81건의 지하수 중 72.8%인 7백87건이 부적합판정을 받았다. 특히 청소 세차 등 생활용수로 쓰겠다며 조사를 의뢰한 8천4백85건 중에서도 16%인 1천3백59건이 「허드렛물로도 쓸 수 없다」는 판정을 받기도 했다. 지하수 오염의 심각성은 한번 오염되면 치유가 거의 불가능풉만措 점에 있다. 지하수는 1년에 5∼6m밖에 움직이지 않아 한번 오염되면 수천년 후에도 원상태로 되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하수 오염 방지를 위해 지하수가 충전되는 주변지역의 토지이용을 규제, 오염원을 제거해야 한다』며 『미국에서는 지하수 보호를 위해 주변지역 가옥과 가축수까지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염과 더불어 심각한 문제는 체계적인 지하수 이용이 되지 않아 지하수 고갈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하루 13만여t의 지하수가 발생하고 있으나 10만여t은 그대로 하수구로 흘려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역주변의 지하수위가 낮아져 종로3가역의 경우 지하수위가 80년 1∼4m에서 현재는 15∼30m로 내려갔다는 것이 농어촌진흥공사의 조사결과다. 여기에다 전국 각지에서 행해지는 마구잡이식 생수채취는 지하수 고갈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하수 유입량에 따른 적정한 개발계획을 세우고 「지하수 공개념」을 확대하는 한편 정부의 지하수 관리업무를 일원화, 수질 수량을 통합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