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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이철훈/한국 섬유산업 活路는 있다

입력 | 1997-10-08 07:38:00


「의식주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필요하다」. 섬유산업이 사업성 좋은 산업이라는 뜻으로 업계에서 널리 인용하는 말이다. 한국 섬유산업은 지난 40년간 수출한국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국가경제의 초석을 다졌다. 한국을 세계4위의 섬유수출국으로 만든 섬유산업이 국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전체 고용의 17%, 수출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무역적자가 심화된 올해만 하더라도 섬유수출은 7월말 현재 92억 달러로 같은 기간의 섬유수입 20억달러를 제하고도 72억달러 흑자다. 국가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효자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섬유산업이지만 어려움을 겪기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다. 80년대말부터 고임금에 전문인력 및 기술개발 부족으로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의 추격을 받았다. 여기에 선진국의 지속적인 수입규제까지 겹쳐 경쟁력을 상실해 89년 이후 수출이 감소했다. 업계 내부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와의 수교에 따른 특수로 업체간 과당경쟁이 벌어지면서 중복투자가 이뤄졌다. 소득증가와 패션감각 발달로 내수시장이 커지자 기존 수출업체까지 뛰어들어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소비자들의 해외 유명브랜드 선호현상도 가세했다. 올들어 7월까지 섬유수입은 20억달러로 지난 한해 동안의 14억달러를 벌써 넘었다. 엄청난 증가속도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해외브랜드는 96년 기준으로 기술도입 2백28개, 직수입 3백59개 등 모두 5백87개나 된다. 물론 섬유업계가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장기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에 나서 수익성이 없는 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감량경영에 나섰다. 경쟁력을 상실한 생산부문을 개발도상국으로 과감하게 이전하고 고부가가치 상품 및 자가 브랜드를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불필요한 부동산은 매각했다. 모든 자구노력이 동원됐다. 몇년전부터 해오고 있는 이런 노력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섬유수출이올들어7월말까지 각각 21.5%, 31.3% 증가한 것도 이런 성과가 아닌가 한다. 섬유산업이 기술 지식 자본집약의 고부가가치형 산업으로 재도약하려면 무등록 의류공장의 양성화, 패션전문인력 양성,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수 있는 세제 및 관계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 업계 학계의 유기적인 협력과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한국 브랜드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이철훈(대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