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기행」 EBS 밤 9.25 ▼ 작가 남정현의 「귀향길」편이다. 남정현은 응달진 사회모순에 대응해 일관된 저항정신을 보여온 몇 안되는 작가 가운데 하나. 필화(筆禍) 사건으로 번졌던 「똥칠한 땅」이라는 뜻의 작품 「분지(糞地)」로 한때 우리 문단 안팎을 달구었다. 진보적 잡지 「다리」지의 폐간으로 연재하던 장편 「코리어 산책」을 중도하차시켜야 했던 뼈아픈 체험도 있다. 그가 지난 93년 반세기에 걸친 작업 끝에 매듭 지은 연작소설 「허허선생」은 일제 때 독립군들을 괴롭힌 악질 순사 허허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근원적 모순을 풍자한 작품이다. 허허는 해방 직후 마을 사람들의 몽둥이 세례를 피해 고향을 탈출했다. 이후 미군의 도움을 받아 돈을 벌고 그 힘으로 정계에 입문, 막강한 실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요컨대 외세를 등에 지고 힘만을 좇아 사는 전형적인 해바라기 인간. 「허허선생3」이라는 부제가 붙은 「귀향길」은 작가 자신의 고향인 충남 서산을 무대로 악덕과 부정을 상징하는 허허선생의 귀향 풍경이 얼마나 황폐하고 부끄러운 일인가를 그의 아들을 통해 일깨우는 내용. 이번 「문학기행」에서는 기나긴 연작 여정에 종지부를 찍고 새 작품을 구상하기 위한 자기 모색으로서 귀향하는 작가의 얼굴을 담는다. 동향 후배이자 시인인 서산중학교 교장 김순일씨가 길벗이 되며 소설의 무대이자 작가의 유년 기억이 스며있는 서산 일대를 돌아본다.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