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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윤신근/진도개 일제잔재 주장 근거없다

입력 | 1997-10-10 08:03:00


진도개가 일제 「내선일체의 징표」로 천연기념물에 지정됐다는 경북대 하지홍교수의 주장(9월10일자 31면보도)은 잘못이다. 지난 7월초 한국동물보호연구회는 「2002년 월드컵 마스코트로 어떤 동물이 좋을까」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전국의 성인남녀 6백72명중 무려 72.3%가 진도개를 꼽았다. 진도개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한국혼의 상징」인 셈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 한국견이다. 일제 당시 진도개를 천연기념물로 추천한 모리교수는 순수한 동물학자로 항상 진도개의 영민성 순수성 충직성을 높이 평가했다. 늠름한 몸집과 수려한 용모에 반해 진도개의 보호 육성을 강조했던 동물보호가였다. 우수한 한국견종을 찾아 전국을 누비던 모리교수로서는 당시 진도에서 수백마리씩 육지로 반출되던 진도개의 보호 육성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개들과 마찬가지로 말살위기를 맞은 진도개를 순수한 마음에서 살려내려 했던 것이다. 진도개가 해방 직후 일제 식민지시대의 잔재로 혐오의 대상이 됐다는 일부의 주장 또한 전혀 근거없다. 해방 직후 진도개는 한국혼을 복원하는 상징동물로 인정받았다. 이승만전대통령은 적극적인 진도개 보호정책을 폈다. 일본인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던 시대에 「진도개가 문제가 있었다」면 명명백백히 밝혀졌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혼 복원」에 맞춰 진도개는 보호됐다. 진도개가 일본개(기주견)와 닮아서 보호받았다는 주장 역시 잘못이다. 모든 생물의 생김새는 지역적인 연관성이 많다. 사람도 중국 한국 일본 등 동북아권 인종은 서로 비슷하다. 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진도개는 당연히 인근 지역의 개들과 닮았을 것이다. 일본의 6개 견종은 물론이고 알래스카 맬러뮤터, 시베리아지방의 시베리안 허스키, 몽골이나 중국 북동부지방의 개와 외형상 비슷하다. 모두가 스피츠 종류의 개이기 때문이다. 외형상 비슷하다 해도 생겨난 지역과 특성에 따라 다른 개체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침 정부가 진도개 보호를 위해 최근 20억원의 예산으로 진도개연구소를 개설하기로 하고 전북 임실지역에서는 동물학자 수의사 등 각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주인을 구하고 죽어간 「충견 오수개」 복원운동이 일고 있다. 세계화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고 잘 보존해 세계적인 품종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세계화다. 윤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