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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이순우/「火葬문화」 지도층부터 앞장서야

입력 | 1997-10-13 08:04:00


지난 초가을 부친상을 당했다. 생전에 화장을 주장한 고인은 운명 이틀만에 한줌 뼛가루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셨다. 부친의 영혼이 산산이 부서진 것처럼 느껴지던 백색분말. 인생무상을 절감하면서 죄송스런 심정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화장을 해본 사람들은 심정을 알 것이다. 풍수지리설에서 연유하는 매장선호 장례문화를 이제는 시대와 환경의 변천에 따라 심각히 재고할 때가 왔다. 조상을 잘 모셔야 후손이 잘 된다는 전통적 사고 방식에서 이미 돌아가신 조상과 앞으로 태어날 후손 중 어느쪽에 더 큰 관심과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인지 선택의 시기가 됐다.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국토의 1%가 묘지다. 매년 새 분묘가 20여만기씩 생겨 현재의 장묘 관행이라면 향후 1백년내에 전국토의 2%가 묘지로 변한다고 한다. 묘지면적이 전국토의 1% 이상인 국가는 없다고 한다. 묘지가 늘어나면 그만큼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산업용지 확보 등 효율적인 국토이용이 어렵다. 현재의 묘지면적은 전국 공장부지의 3배에 해당한다. 일본은 화장률이 97%다. 전체 분묘의 40%인 8백만기가 무연고 묘라는 점도 곰곰 생각해봐야 한다. 무연고 묘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나 자신의 묘가 이렇게 되지 않는다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매장선호 장례문화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가장 자연스런 방법은 화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이 강토는 우리 것이 아니고 천만년 이어갈 후손의 것이기 때문이다. 개국 이래 우리 선조들은 이 강토를 자연 그대로 우리에게 물려줬다. 이 전통을 계승할 책무는 우리 몫이다. 마침 정부에서 묘지 사용기간 제한을 검토중이다. 매장후 30년이 넘으면 화장후 납골당으로 모시되 세차례 시한 연장을 허용, 늦어도 75년후에는 납골당에 안치토록 한다는 안이다. 결국 손자나 증손자들이 이같이 번거로운 작업을 해낼 수 있을 것인지, 또 그렇게 부담을 줘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법이 강제하기에 앞서 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서 실천에 옮기는 일도 중요하고 시급하다. 중국의 실권자 덩샤오핑은 넓은 국토에도 스스로 화장을 택했다. 이 땅에서 은혜를 받고 부를 축적한 사람, 또는 각계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는 사람일수록 이 강토를 소중하게 간직하여 후손에게 물려줄 사명이 더욱 크다 할 것이다. 이순우(상사중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