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성보다 「몸」을 중시하는 이론을 정립한 사상가로는 20세기 프랑스 현상학자 메를로 퐁티(1908∼1961년)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퐁티는 유작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서 외부세계와 인간을 연결하는 「살」개념을 도입했다. 퐁티는 「생각」보다 「느낌」, 「머리」보다 「몸」을 더 중시했다. 그에 따르면 「태반」인 세계와 정신을 이어주는 「탯줄」의 역할을 하는 몸은 더이상 영혼의 도구나 정신의 노예가 아니다. 몸의 감각은 이 세계와의 살아있는 대화이며 정신 영혼 의식 등이 이뤄지는 장소이다. 따라서 인간의 사고방식 행동 정치 사회 언어 등은 이런 몸과의 관계속에서 설명되며 몸을 탐구하는 것이 곧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년)와 미셸 푸코(1926∼1984년)도 몸담론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사상가.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권력에의 의지」 등의 저서에서 육체의 존재가치와 육체의 사회적 현상을 고려하지 않은 자아와 이성중심적 인식론에 강한 비판을 가했다. 니체는 「나의 육체는 나의 전부이다. 나는 나의 육체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통해 육체속에는 정신의 지혜보다 더 많은 이성이 깃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권력의 형태와 지배방식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푸코는 「임상의학의 탄생」 「광기의 역사」 「감시와 처벌」 등에서 권력의 역사는 개인의 육체에 대한 지배의 역사라는 주장을 폈다. 국내 이론가중에는 김용옥(金容沃)씨가 우선 꼽힌다. 저서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김씨는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는 서구의 이원론적 시각에 대한 비판을 가한다. 그는 「인간의 모든 진리는 인간의 신체라는 생물학적 조건에 구현되어 있다」는 점을 자신이 주장하는 기철학의 제1원리로 내세웠다. 〈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