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A군의 부모는 최근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아이가 한글 자음인 「ㅋ」과 「ㅌ」을 자꾸 혼동하기 때문이었다. 검사 결과 「학습장애」라는 판정을 받았다. 의학적으로 학습장애라는 이름이 붙지만 이 아이들은 대체로 머리가 좋다. 지능지수(IQ)가 또래들보다 오히려 높은 경우가 많고 가정 환경도 나무랄 데 없다. 눈을 씻고 찾아도 공부를 못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공부를 못할까. 학습과 관련된 뇌기능의 어떤 영역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거나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 학습장애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후에야 발견하게 마련이다. 책을 읽히거나 받아쓰기를 시켜보면 금세 드러난다. 아이가 받침을 자꾸 혼동하거나 빠뜨리고 읽는다. 아무리 가르쳐도 소용없다. 받아올림이나 내림이 있는 산수 연산을 못하기도 한다. 상계백병원 전성일교수(소아정신과·02―950―1082)는 『학습장애는 빨리 발견해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가 『그럴 수도 있지』라거나 『곧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다 영영 공부 못하는 아이로 키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가 초등학교 3,4학년을 지나면 치료는 힘들어진다. 학습장애는 그 자체보다 오히려 그 때문에 생기는 2차적인 결과가 더 문제가 된다. 공부를 못한다고 교사가 꾸짖거나 학교 친구들이 따돌려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놀림감이 되다 못해 동급생 사이에 벌어지는 학교 폭력의 주요 목표물이 되기도 쉽다. 일찍 발견한다고 해도 치료는 결코 쉽지 않다. 수개월에서부터 길게는 몇년씩 걸리기도 한다. 연세대의대 이호분교수(소아정신과·02―361―5470)는 『끈기를 가지고 부족한 부분을 반복 훈련해 고쳐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집에서는 학습장애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학습장애 어린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아래 상자 참조)이 하나라도 있다면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홍석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