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앞의 광장 2백여평은 매년 세 번 「꽃공원」으로 변한다. 봄에는 목련, 여름엔 장미, 가을엔 국화로 덮인다. 요즘 주말엔 가족이나 연인들이 몰려와 국화향에 취한 채 사진을 찍거나 담소를 나눈다. 삭막한 콘크리트광장을 시민들의 휴식처로 만든 주인공은 현대백화점의 이벤트 담당 신희철대리(36). 그는 95년 백화점 최초로 여성 이벤트 담당자가 된 뒤 첫 작업으로 대대적인 조경사업을 기획했다. 92년 현대호텔에 입사한 뒤 여성으론 처음으로 병원이나 대학교를 돌며 세미나나 친목회 등을 유치하는 영업파트를 맡기도 했다. 백화점 앞에 꽃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봄엔 뒤늦은 꽃샘추위 탓으로 계획한 날짜에 서울에서 목련을 구할 수가 없었다. 급히 경남 함안에서 꽃을 공수해 왔으나 봉오리가 터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2주일 동안 밤을 지새다시피한 결과 인근 주민들에게 서울에서 가장 먼저 목련 구경을 시킬 수 있었다. 그해 여름엔 장미 상태가 좋지 않아 새로 꽃을 구해 와 심는 과정에서 꼬박 62시간을 뜬 눈으로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엔 백화점 정면에 세계에서 가장 큰 청바지를 전시했고 이어 11월엔 백화점 앞 광장에 홍익대 조소과 교수 및 학생들과 소리가 나는 미라와 숨쉬는 잠수부 등의 조각작품 30여점을 선보였다. 매년 광복절에 인근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을 데리고 독립기념관, 유관순열사와 윤봉길의사의 유적지 등을 방문하는 행사도 벌였다. 신씨는 『이벤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책과 신문을 늘 가까이 하고 술자리에도 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히 좋아서 영업이나 이벤트를 지원한 것은 아니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하다 보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