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3일 비자금문제 제기는 낡은 정치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에 대한 공세를 계속할 뜻을 밝히고 김총재는 국면타개를 위한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제의하는 등 양당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대치하고 있다. 또 청와대는 김총재의 회담제의를 사실상 거부했으며 신한국당은 14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김총재 친인척의 비자금관리의혹을 추가로 폭로하기로 했다. 부산 경남지역을 방문 중인 이총재는 이날 울산지역 주요기관 및 단체장들과의 오찬에서 김총재의 비자금폭로와 관련, 『우리는 지금 혁명적인 과업을 수행중』이라며 『그동안 정치개혁이라는 말을 입에 붙어 다닐 정도로 해왔지만 이번에야말로 정치마당을 바꿔야 하며 바뀔 것으로 확신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비자금의혹제기의 정당성과 진실규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거론된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독영수회담 제의와 관련, 『회담에서는 경제 살리기와 개혁입법을 통한 공명선거의 실현 등 정국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총재는 또 △맞폭로식 정쟁 자제 △정책대결 △경제 살리기 △정국과 민심 안정 △정치자금 문제의 국회 국정조사 등 5가지 사항을 약속했다. 그는 이어 『40년 야당을 하는 동안 지인과 경제인들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았지만 대가를 바라는 돈은 받은 일이 없다』며 『받은 돈은 공적 활동을 하는데 모두 써버려 숨겨놓은 돈은 한푼도 없다』고 말해 친인척 측근 등의 비자금 보유설을 공식 부인했다. 김총재는 신한국당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이 김대통령과 교감하에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심증은 있으나 지금 그것을 공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답했다. 청와대측은 김총재의 단독영수회담제의에 대해 『정쟁의 당사자인 김총재 한사람만 만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의견이 있다』며 양자회동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나 조홍래(趙洪來)정무수석은 『김총재가 단독회동을 공식 제안해오면 단독회동이든 다자회담이든 수용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해 다자회담은 열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동관·최영묵·최영훈·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