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려 가지 마라」. 「시대의 구도자(求道者)」를 자처하는 윤두병씨의 수행(修行)을 위한 화두이자, 그가 실명으로 쓴 소설(한림원 펴냄)의 제목. 고등학교를 중퇴한 윤씨. 74년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데모의 배후인물로 구속됐는가 하면 87년 구로구청항쟁 사건의 주모자로 투옥됐던 이력의 소유자다. 소설은 주인공이 자신을 옥바라지해 온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가출선언을 하면서 시작된다. 머리를 깎고 중이 된 그는 한국 현대불교의 거승 효당스님을 만난다. 암울한 시대를 마냥 몸부림치며 살았던 그에게 효당과 다솔사는 그야말로 경이로움이었다. 명문 사립 Y대출신으로 40년 연상의 효당을 스승이자 지아비로 섬기며 두 아이를 낳아 기르는 원화보살. 신앙을 넘어서는 두사람의 신비한 사랑을 통해 그는 어렴풋이 삶의 진실에 다가섬을 느낀다. 어느날, 땀을 뻘뻘 흘리며 효당의 뒤를 쫓아 산길을 오르고 있는 그에게 효당이 물었다. 『자네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가』 『그야 스님을 따라가고 있지요』 그러자 효당이 나무라듯 말했다. 『나에게 매달려 가지 말아라. 산길이 힘든 것은 그 때문이야…』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