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올해부터 지방사립대의 입학정원을 일정 기준만 갖추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에도 대학정원 자율화시대의 막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교육문제가 난마처럼 얽히게 된 근원을 따져보면 정부의 엄격한 대학정원 통제정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진학 희망자는 날로 늘어나는데도 입학정원은 묶여 있다 보니 경쟁은 치열해지고 과외 등 갖가지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해왔다. 이 점에서 이번 결정은 우리 교육정책이 발상의 대전환을 이루는 혁신적 조치라고 할 만하다. 지난 수십년간 계속돼온 정부의 대학정원 통제정책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대학의 입장에서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입학정원을 국가가 직접 관리함으로써 권위주의적 체제아래 대학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대학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막아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대학서열화라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지닌다. 하지만 교육시장 개방 등 안팎의 여건을 감안할 때 이제는 대학도 자유경쟁이나 시장논리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대학정원 자율화 조치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명문대가 몰려있는 수도권 소재 사립대학의 입학정원은 야간대학에 한해 자율화됐을 뿐이다. 국립대학도 별도의 재원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육부가 정원자율화의 결단을 내린 것이 대학입시 경쟁을 완화하려는 의도였다면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망국병으로 일컫는 과외수요는 주로 국립대와 명문사립대 지원자들 사이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정비계획법령에 묶여 있는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도 이제 타당성을 상실한 만큼 교육부는 이를 자율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옳다. 아울러 당국의 지나친 통제와 간섭이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국립대학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라야만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올해 대입정원은 지난해보다 3만5천명 늘어난 31만7천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올해 고3학생이 지난해에 비해 7만2천명 증가한 74만3천명에 이르기 때문에 전체 대학진학률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 경쟁완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점은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다. 특히 고교졸업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2000년이후가 그렇다. 국내 대학교육의 수준은 선진 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짐을 부인하기 어렵다. 입학은 힘들지만 졸업하기는 쉬운 제도상 허점 때문이다. 여기에 대학정원 확대라는 이른바 공급과잉현상이 빚어지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 자율화시대에 걸맞게 대학당국의 철저한 학사관리와 함께 수준미달 대학에는 엄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