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에 기초를 둔 대통령중심제」. 오늘날 우리나라의 권력구조는 서세(西勢)가 밀려오기 이전의 모습과 외견상 전혀 다르다. 전통적 정치제도는 주로 부정적인 어휘로 표현된다. 「봉건주의」 「1인정치」 「붕당정치」…. 정말 그런가. 「조선시대의 정치제도와 관행 중에는 오늘날의 시각에서도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것들이 많았다」. 계간 「전통과 현대」 가을호는 특집 「한국의 권력」에서 우리의 전통적 권력구조에 담긴 민주적 합리적 요소를 진단하고 있다. 편집주간 함재봉씨(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첫글 「한국정치담론의 어제와 오늘」에서 개화이전 한국의 정치사상을 「주자 성리학」으로 정의한다. 함씨는 우리가 일상에서 유교적 전통을 긍정하면서도 제도와 이론에서는 이를 부정하기 때문에 「분열한 자아관」을 갖게 된다고 비판하면서,조선조는 성리학이 꿈꾸던 신권(臣權)정치가 실현되던 시대로 당시의 어느 국가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는 사상과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고 말한다. 신복룡씨(건국대 정외과 교수)는 「당쟁과 정당정치」편에서 『당쟁은 토론정치의 조선조적 표현』이라고 정의하는 한편 『당의(黨議)가 활발할수록 조정의 부패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진단한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