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제」 「대물(大物)」의 작가 백시종. 그가 또다시 재벌 저격에 나섰다. 문학수첩에서 펴낸 본격 기업소설 「재벌본색」(전3권). 오일달러의 위력이 온나라를 뒤흔들던 70년대 「중동특수」를 배경으로 요지경속 같은 한국기업사가 펼쳐진다. 7,8년의 기간에 무려 1백30만명에 달하는 건장한 한국남자들이 열사의 땅을 부비고 다니던 그 시절, 재벌의 창업과 몰락 과정을 생생히 그렸다. 정경유착의 먹이사슬과 기업인의 탐욕 부패를 집요하게 추적했던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달리 이 소설에서는 약육강식의 기업전쟁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률을 제시하고 있다. 대기업에 몸담은 개인적인 이력과 충실한 자료수집을 바탕으로 승리한 자본가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시각과 주장을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걸찍한 입담과 날카로운 풍자, 그리고 추리소설 뺨치는 긴박한 사건 진행이 스피디한 느낌을 준다. 각권 6,500원.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