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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조융자협약 의미]기업구제 「官治금융」 공식 부활

입력 | 1997-10-21 19:56:00


21일 강경식(姜慶植)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과 은행장 및 종금사 사장의 간담회에서 나온 「협조융자협약」은 과거에 「관치금융」으로 비난받았던 구제금융 관행의 개정판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잇따른 대기업 부도에 따른 증시폭락 환율급등 등 최근 경제상황에서 더 이상 정부가 시장관리자로서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불가피한 처방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해당기업의 선정이나 금융권의 탈퇴 가능성 등 협약적용의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이같은 관치금융 관행이 계속된다면 금융개혁은 요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번 협약은 회생여부 판단 뒤에야 자금이 지원되는 부도유예협약과 비교할 때 자금지원이 먼저 이뤄진다는 점에서 더 적극적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부도유예협약이 대기업의 「장의(葬儀)절차」였다면 이번 협약은 「긴급소생절차」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치금융의 부활〓부실징후기업이 발생했을 경우 정부가 채권단을 불러모아 협조융자금을 배분,지원토록 강제했던 구제금융은 92년 삼미그룹에 지원됐던 것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쌍방울 해태 뉴코아 등 부도 일보직전까지 몰렸던 기업들을 채권단의 협조융자를 통해 되살렸고 이같은 관행을 아예 협약이라는 틀에 넣어 공식 시스템으로 부활시키기에 이르렀다. 재경원 금융정책실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관치금융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며 『어찌됐든 국가경제를 살리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관치금융이라는 것이 경제상황이 안 좋을 때는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우리 경제는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주요 거시지표들이 양호하기 때문에 당분간 금융시장의 병목현상만 뚫어주면 흑자도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과 정치권〓여기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신한국당의 강력한 요구도 가세했다. 정부를 움직인 가장 직접적인 동인(動因)이기도 하다. 19일 재경원과 신한국당의 당정협의에서 당측은 『정부가 뭔가 하고 있다는 가시적인 조치를 마련하라』고 주문했고 이에 재경원은 20일 추가 한은특융 선언에 이어 이날 협조융자협약이라는 고단위 처방을 내림으로써 화답했다. ▼남는 문제들〓지원대상 기업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가 이번 협약의 키포인트. 은행들은 정보공유체제를 만들어 해당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인지 흑자상태에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지만 기업선정 여부에 따라 특혜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고 기껏 지원한 기업이 도산하는 파국도 있을 수 있다. 또 은행 등 금융기관이 기업 협조융자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문제. 정부가 특융을 통해 지원할 수 있지만 물가불안 등을 고려할 때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채권단의 우려〓기업이 망하면 결국 금융기관도 망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금융기관들도 협조융자협약을 받아들였다. 금융기관, 특히 은행의 걱정은 종금사 등 2금융권과 파이낸스 할부금융 등 3금융권의 이탈. 시중은행의 한 간부는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자율경영원리와는 정반대되는 내용이지만 현시점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1금융권의 협조융자가 2, 3금융권의 자금회수로 물거품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