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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명예파출소장의 하루]『경찰들 고충 알만해요』

입력 | 1997-10-21 19:56:00


주부 유흥자(柳興子·52)씨는 일주일에 최소한 사나흘은 파출소에서 보낸다.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서울 잠실파출소 주부 명예소장. 유씨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파출소 직원들은 『소장님 나오셨습니까』라며 깍듯이 인사한다. 파출소장이 비번일 때 모든 업무를 대리하는 것이 유씨의 일. 관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나면 하루 일과가 정신없이 시작된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상담전화, 길을 묻거나 미아를 찾는 민원인, 술김에 주먹질을 하다 붙잡혀온 취객 등 처리할 일이 끝없이 밀려든다. 유씨가 책상에만 앉아있는 건 아니다. 틈틈이 짬을 내서 한두시간씩 직원들과 방범순찰을 나간다. 유흥가에서 술 담배를 즐기는 청소년을 타이르고 부모가 데려가도록 연락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유씨는 『파출소 일을 함께 해보니 예산과 인력부족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하는 경찰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며 『경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부 명예파출소장은 서울 송파경찰서가 주민과 경찰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도입한 제도. 불친절하고 무서운 경찰이미지를 바꿔보자는 취지로 4월부터 운영했다. 현재 관내 23개 파출소에서 모두 2백41명의 주부가 자원봉사중이다. 대부분 40대와 50대로 하루에 4∼6시간씩 일하지만 추석 등 비상근무기간에는 하루종일 봉사해야 한다. 명예 파출소장들은 전에 비해 경찰을 보는 눈이 훨씬 따뜻해진다. 동고동락하는 관계가 되지만 때론 주민의 입장으로 돌아가 『아무리 바빠도 민원전화는 진철히 받아라』 『주민을 만나면 먼저 인사하라』는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서울 송파경찰서 박삼훈(朴三勳·48)방범과장은 『주부 명예파출소장처럼 국민과 경찰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가 많이 나오면 경찰의 사기도 올라가고 대민서비스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