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청와대 비서실은 문종수(文鐘洙)민정수석비서관의 「돌출발언」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문수석이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65∼70%는 DJ(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에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DJ가 당선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란 요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해지자 국민회의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수석은 이날 『자유민주주의와 정부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며 『자유민주주의자 중에 사이비도 있고 가짜도 있다』고 김총재를 겨냥하는 발언을 쏟아놓았다. 심지어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통령이 하지 않으려 해도 밑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보복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이날 오후 문수석의 발언내용을 보고받고 상당히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쟁(政爭)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대통령 자신이 말조심을 하고 있는 마당에 수석비서관이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킨 데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부주의한 발언』이란 비판이 적지 않게 나왔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김대통령에게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관리의 의지가 있다면 그 당국자를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청와대측은 대변인의 공식논평을 통해 『문수석의 견해는 사견일 뿐 청와대의 입장이 아니며 대선공정관리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하고 확고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문수석도 기자실을 찾아 『사담(私談)이었는데 진의가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파문과 관련, 청와대의 임기말 난맥상이란 시각이 적지 않게 대두됐다. 〈이동관·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