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들어보면 매우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들이 기존 여건 및 재원과는 상관없이 일시적으로 인기와 지지를 모으기 위하여 남발하는 구호인지, 혹은 냉엄한 현실에 근거하여 실제로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업적을 낼 수 있는 계획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 혼란스런 대선공약 ▼ 전자를 인기주의(人氣主義·외국에서는 포퓰리즘이라 함)라 한다면 후자를 실적주의(實積主義)라 하겠다. 인기주의가 남미제국에서 경제를 파탄시킨 경험을 상기할때오늘한국이 경제 안보 및 정치에서 당면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적주의가 바람직하다. 인기주의는 「인민」 또는 「민중」의 이름으로 그들이 토로하는 불만과 불안에 감정적으로 호소하여 그들의 욕구를 당장 충족시켜주겠다고 약속하는 현상이다.실적주의는 우리의 경제 외교 안보 통일 및 정치가 풀어야할 수많은 난제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그 해결을 위하여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업적을 내는 현상이다. 우리의 현실은 인기주의자보다는 실적주의자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구호만을 외쳐서 사랑받는 대통령보다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여 존경받는 대통령이 우리가 열망하는 지도자상이다. 일단 대권만 잡으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 약속하기보다는 뚜렷한 목적과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대권을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는 자세가 마땅하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위하여 권력을 추구하려는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정권재창출」은 왜 필요한가. 무엇을 위하여 「정권교체」가 이루어져야 하는가. 「세대교체」만 되면 모든 문제들이 쉽게 해결될 것인가. 구체적으로 무슨 목적을 지향하여 「21세기에 대비해야」 한단 말인가. 이처럼 흔히 듣는 수식어들이 실제로 국가발전 국민복지 및 민족통일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유권자들은 한번쯤 깊이 따져 봐야 할 것이다. 「후보 단일화」나 정치세력들간의 「연대」도 대다수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에 입각해야 한다. 그들이 공유할 수 있는 보다 큰 목적에 기초하여 결속해야지 그렇지 않고 소수정치인들의 사사로운 야망을 채우기 위하여 편의의 연대를 한다면 그 장래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독재」 대 「민주」 또는 「군사」 대 「문민」이 아니므로 국가와 사회가 겪고 있는 실제문제들을 주 쟁점으로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고비용과 저효율로 인하여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경제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는데도 아직도 개혁과 개방을 주저하고 있는 북한과 미 일 중 러 등 강대국들간에 격화되고 있는 세력 다툼에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서 안보를 지키고 통일을 달성할 것인가. 오랜 권위주의체제기간에 형성되었던 지배연합이 무너지고 각 정치세력이 계속해서 분열하고 있는 국내정치에서 어떻게 새로운 통치연합을 형성하여 정치안정과 사회통합을 성취할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후보자들은 확고한 소신을 밝혀야 한다. ▼ 검증 작업 철저하게 ▼ 한편 유권자들은 지금부터 후보자들이 제시할 장밋빛 미래상이나 공약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그것이 인기주의적인 것인지, 또는 실적주의적인 것인지를 분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검증돼야 하며 그래야만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쟁점들을 도출해낼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각 공약의 정당성은 그 실천 여부의 신빙성이 결정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당장 귀에 솔깃한 약속보다도 그것이 실천되어 가시적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고 믿어질 때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이다. 안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