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지도부는 21일 오전11시경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의 「DJ 비자금」 수사 유보 발표가 나오자 한결같이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검찰 발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 11시반 긴급소집된 당직자회의도 당혹스러움과 검찰에 대한 분노로 가득찬 분위기였다. 한 참석자는 『검찰 발표를 사전에 아무도 몰랐다. 모두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듯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나자마자 검찰 발표가 나왔다는 점에 대해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 당 지도부는 검찰이 20일 오후 사건 배당 등 수사착수 움직임을 보이자 환영논평을 내는 등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이총재는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만큼 당 차원에서는 더 이상 비자금문제를 언급하지 말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국회 연설을 마친 직후 검찰 발표 사실을 보고받은 이총재는 매우 난감한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좀 두고 보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같은 와중에서 이총재의 측근들은 검찰 발표의 배경에 뭔가 음모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과 함께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검찰이 청와대와 사전 교감없이 이런 발표를 할 수 있겠느냐』며 『수사를 하지 않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될 일을 굳이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서 수사를 못하겠다고 발표까지 한 것은 뭔가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긴급 당직자회의에서도 일단 검찰측에 유감표시를 하되 발표배경을 더 알아본 뒤 대응책을 세우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총재도 『경위가 파악되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회의 직후 김윤환(金潤煥) 김덕룡(金德龍)공동선대위원장과 장시간 만난데 이어 특보단회의를 소집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편 당내에서는 비주류는 물론 이총재 지지파 중에서도 『당지도부가 비자금 카드를 잘못 사용하는 바람에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후보교체론」이 더욱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박제균·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