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냉전시대의 마지막 소용돌이가 남아있는 곳인 동시에 다음 세기 탈냉전시대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제시해주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69)는 21일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강연을 통해 한국이 탈냉전시대의 새로운 틀을 제시해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유럽과 이슬람 유교 문명간의 갈등이라는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 탈냉전시대를 읽는 방법론으로서 한계를 갖고있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에서처럼 문명권을 뛰어넘는 미국의 적극적 개입정책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의 희생에 대한 미국민의 부정적 시각으로 미국은 보스니아 르완다 중동에서 제한적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한반도에 대해서는 그런 제한적 역할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정세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미국은 한반도에서 어떠한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고 보기때문이다. 그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평화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 군사전략의 양축인 중동과 한반도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93년부터 미국내 한국협회 이사장직을 맡아온 그레그 전 대사는 미국의 북한식량지원은 전제조건이 없어도 결국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