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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오송식/수능시험지 회수하지 말자

입력 | 1997-10-24 08:19:00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눈앞에 다가왔다. 80만 수험생과 가족, 교육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이 시점에서 수능시험지 회수문제를 거론해보고 싶다. 회수가 원칙인 수능시험지를 수험생의 편의를 위해 회수하지 말자는 제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효과적인 진학지도를 위해서다. 수험생들은 시험결과를 빨리 알아야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로는 정확한 점수를 알려면 채점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달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전에도 점수를 예측해볼 수는 있지만 오차가 커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98학년도 입시만 하더라도 12월20일 수능시험 성적이 통보되고 이날부터 22일까지 특차전형 접수가 이뤄진다.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시간이 길어야 사흘밖에 되지 않으니 너무 촉박하다. 일부 수험생은 자신의 득점을 빨리 알기 위해 수험시간 중 정답카드에 표시된 답을 수험표에 베껴 적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시험지를 수험생들이 가져가면 이런 문제가 해소된다. 이와 관련해 수능시험을 관장하는 국립교육평가원에 문의했더니 시험지 회수여부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회수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정답카드에 이름이나 수험번호 등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은 수험생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런 수험생을 찾아내는데는 이름 성명 등이 기재된 시험지가 근거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또 세계적으로 국가고시 시험지를 회수하지 않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도 들었다. 그러나 교육평가원의 답변은 설득력이 약하다. 수험번호 등을 잘못 표기한 수험생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시험지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각종 기재사항을 시험감독관이 철저히 확인하거나 수능지원 원서를 비롯한 각종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수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도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회수하지 않는 것이 수험생에게 더 유리하다면 오히려 선도자적 입장에서 시행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 수험생들에게 물으면 거의 시험지 회수에 반대할 것이다. 교육개혁은 크고 요원한데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작고 구체적인 것부터 시작해야 실천력이 높아진다. 수능시험지 회수문제는 사고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교육개혁의 작은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사소한 문제같지만 수험생에게는 중대한 사안일 수 있다. 오송식(광양제철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