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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양동칠/北,문화유산협정 가입해야

입력 | 1997-10-25 21:30:00


1972년 11월16일 유네스코총회가 채택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정」에 의해 설치된 「정부간 문화 및 자연유산보호위원회」는 95년12월 한국의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주 불국사 및 석굴암, 종묘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또한 금년 12월 수원 화성과 창덕궁이 추가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 한민족 긍지 공유기회 ▼ 지금까지 북한은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보호협정」에 가입하기를 주저해 왔다. 10월20일 현재 동 협정에 가입한 나라는 1백51개국이다. 유네스코당국은 북한이 동 협정에 가입하는 경우 북한문화재의 효율적인 관리 보전을 위해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언질을 주었으나 그때마다 북한은 원조액수에만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한편 북한은 연전에 유네스코의 지원으로 일본학자가 북한문화재를 1차 조사했을 때도 그 결과를 비공개로 해줄 것을 당부했었다. 그토록 비밀주의를 고집했던 북한이 최근 일본학자들의 현지답사, 촬영 및 출판을 허락하고 고구려 고분벽화 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열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전향적 자세는 대단히 고무적이다. 사실 북한이 지금도 세계문화유산보호협정에 가입하지 않고 스스로를 세계에서 가장 비문화적인 존재로 비하하고 있는 것같이 보여 정치를 떠나 같은 민족으로서 매우 딱하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협정에 가입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문화재를 당당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누구보다도 앞장서 북한을 지지하고 도울 것이다. 남북한이 갈라져 국제무대에서 대좌해 온 이래 서로 순수한 마음으로 한민족으로서의 긍지를 공유하며 한 마음으로 공동전선을 펼 것이 있다면 북한문화재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공동외교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같은 문화권 국가끼리 이러한 공동전선을 펴고 있는 것을 여러 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1996∼2000 환경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면서 각료회의를 구성,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를 공동 조사하여 이를 북극지역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공동외교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96∼97년 사이에 문화권이 같은 국가군끼리 모여 문화재 공동조사 및 보존대책에 관해 협의하는 회의가 여러 곳에서 열렸다. 96년4월 호주 퀸즐랜드에서 열린 동남아 및 태평양지역권회의, 96년6월 아비장에서 개최된 서부아프리카지역회의, 97년 4월 인도 뉴델리의 동남아회의, 97년5월 모로코에서 개최된 아랍문화권회의 등이 대표적이다. ▼ 남북 공동외교 펴야 ▼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인권은 물론 한 나라의 문화재 및 자연유산 또한 그 나라만의 것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문화 및 자연유산」이라는 주권(主權) 초월적 개념이 보편화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한 나라의 문화재 및 자연유산 보존을 위한 국제협력운동이 급속히 확산되어 가고 있고 이번 유네스코 총회에서도 이러한 취지의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이제 남북한도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호응, 우선 남북한간 문화각료회의를 개최했으면 싶다. 또한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4개국이 같은 문화권으로서 이 지역 문화재의 세계유산화를 위한 공동 외교노력은 물론 보존 및 기타 정보교환을 위한 공동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의한다. 양동칠(주 유네스코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