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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수채화가 박정희 할머니

입력 | 1997-10-25 22:30:00


『윤택한 생활을 자랑으로 삼지 말고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붙들어 주라는 것이 아버님의 뜻이었어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점자 「훈맹정음(訓盲正音)」을 창안한 고(故) 송암 박두성(松岩 朴斗星)선생의 맏딸 정희(貞禧·76)할머니가 시각장애인들을 돕기 위한 자선 전시회를 연다. 92년 점자도서관 건립을 위해 수채화 등 1백점을 희사, 1억5천만원을 모금했던 박할머니는 다음달 4일부터 일주일간 인천시청 중앙홀에서 맹인복지관 건립 자선 전시회에 5년여 동안 풍경과 정물을 소재로 그린 수채화 50점을 출품한다. 박할머니가 시각장애인 돕기에 뛰어든 것은 어쩌면 숙명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교사로 있던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인교육기관인 서울 서대문 제생원 맹아원 기숙사에서 자라며 시각장애인들과 친형제처럼 지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도와 한글점역사업에 나선 그는 23년 아버지가 훈맹정음을 개발한 뒤 초맹문 전자통신교재 신약점자성경 등 점역사업에 한평생을 바치는 동안 나름대로 시각장애인 후원자의 길을 걸어왔다. 의사인 남편과 함께 맹인들을 위한 무료개안시술 장애인교육사업 등을 벌였다. 또 미술특기를 살려 30년간 그림그리기에 열중한 결과 85년 수채화공모전에서 특상을 받고 정식 화가로 등단하자 이후 자신이 그린 수채화를 시각장애인 돕기에 활용해왔다. 박할머니는 자신의 온몸을 던져 평생 시각장애인들을 도운 공로로 장애인의 날인 지난 4월20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인천〓박희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