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라는 영어 단어는 셰익스피어같은 대문호도 몰랐던 말이다. 당연한 것이 지금 세계의 유행어가 된 그 말은 미국인들이 만든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왜」를 「어떻게」로 바꾼 것이 바로 오늘날의 미국을 있게 한 열쇠였다. 나폴레옹은 「왜」 전쟁을 하느냐하는 물음 앞에서는 한낱 바보에 지나지 않았지만 「어떻게」 싸워야 이기는가의 문제에 있어서는 만고의 천재였다. 그는 대포를 결합하고 해체하는 나사못의 홈들을 표준화함으로써 전쟁에서 대승을 했다. 이 프랑스군대의 노하우가 독립전쟁 때 그들의 지원을 받은 미국군대로 흘러들어가고 그것이 민간기업으로 확산되어 이른바 포드이즘과 같은 대량생산방식으로 이어진다. 우리도 산업화를 통해서 그 노하우를 배웠다. 한 시대 전의 시인은 『왜 사느냐면 웃지요』라는 말로 한국인의 유연한 삶과 그 정서를 은근하게 표현했지만 이제 그러한 질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사느냐」의 존재이유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의 존재방식이 오늘의 우리를 휩싸고 있는 기류이기 때문이다. ▼ 「어떻게」만 판치는 사회 ▼ 그러나 21세기는 「어떻게」를 좇다가 잃어버린 「왜」의 언어를 찾는 시대다. 「왜」가 주도해 가는 시대다. 특히 문명의 전환기에는 방법론이 아니라 그 이유와 동기를 통해서 방향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잘 드는 칼은 회(膾)를 만들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노하우는 어떻게 하면 잘 드는 칼날을 만들 수 있는가를 가르쳐주지만 왜 그런 칼을 만들어야 하느냐하는, 그 목적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답도 주지 못한다. 대선주자들의 정보화포럼은 의견이 백출하여 차별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똑같은 목소리다. 「어떻게」 정보화사회를 만들어가는가는 있어도 「왜」 정보화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보화사회 논의는 모두가 「어떻게의 정보론」이지 「왜의 정보론」은 아니었다. 노하우라는 말을 만들어낸 미국이지만 고어부통령의 정보론은 다르다. 그의 연설을 보면 그것은 「어떻게」의 정보론이 아니라 「왜」의 정보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정보하이웨이를 어떻게 만드는가가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느냐를 더 강조한다. 「왜」만 알게되면 그 방법은 자연히 기술자가, 기업인이, 그리고 사용자들이 찾게 될 것이며 그들이 주체가 되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 방법보다 「동기」가 중요 ▼ 정치지도자가 줄 수 있는 것은 「왜」이며 그 꿈인 것이다. 정보의 새로운 시대와 사회의 꿈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가다. 그래서 고어의 NII(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국가정보기반)의 구상은 개척시대부터 미국인들이 간직해온 「아메리칸드림」을 초석으로 한 것이다. 『이 (정보)혁명은 우리나라의 전통에 뿌리를 둔 혁명입니다』고 말한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누구나 자유롭게 경쟁하고, 그리고 누구나가 그 혜택을 입어 풍요롭게 살기위한 미국의 이념과 정보화의 관계를 논하고 있는 것이다. 「왜」가 없는 정보론이란 두부를 파는 남의 뒤를 따라다니며 『나도…』라고 외치는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정보마인드가 없는 정보이론이요, 그 정책인 것이다. 대학입시경쟁에서 대통령선거전에 이르기까지 「왜」가 아니라 「어떻게」만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한국풍경이다. 그래서 지금 「왜 대학에 들어가는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하는 물음없이 입시경쟁과 대선경쟁을 벌이는 가을바람이 썰렁하게 불고 있다. 이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