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통일광장]김정일, 곳곳 방문 유화제스처 눈길

입력 | 1997-10-27 20:13:00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이 지난 8일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뒤 민생현장을 방문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전에 없이 유연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김정일은 지난 21일 새로 건설된 5만여㎡ 규모의 「송암 소 목장」을 방문, 『높은 수준의 쇠고기 생산을 위해 목장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일은 이와 함께 앞으로 모든 도와 시 군에 목장을 건설해 쇠고기와 우유생산을 획기적으로 증대하라고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김정일은 94년7월8일 김일성(金日成) 사망후 지난 21일까지 3년3개월여간 모두 1백36회에 걸쳐 군부대방문과 함께 자신의 관심분야인 예술공연관람 등의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민생분야를 시찰한 것은 이번 목장 방문이 처음이다. 그는 95,96년 잇단 홍수와 올해 가뭄 해일 등으로 북한주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을 때도 피해현장을 방문하지 않았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 20일 「민족면역의 날」을 맞아 전국의 5세 미만 어린이들에게 외국의 구호단체로부터 기증받은 경구(經口)소아마비 예방주사를 일제히 접종하면서 이 행사가 김정일의 배려에 의한 것이라고 선전했었다. 북한이 지난 17일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강제 연행한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 주민 2명을 21일 나흘만에 비교적 신속히 송환한 것도 북한의 새로운 모습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75년8월26일 대성동에서 우리측 민간인 1명을 납치했을 때는 의거월북이라고 주장하며 끝내 돌려보내지 않았었다. 또 북한이 일본과의 적십자사 접촉을 통해 북송 일본인 처의 고향방문을 허용키로 하고 이중 15명 정도로 알려진 1진 방문단의 명단을 최근 일본측에 통보한 것도 전과는 다른 태도로 평가된다. 북한은 한편 지난 17일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토니 홀 하원의원 일행에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사실상 결렬된 4자회담 예비회담의 속개를 원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북한이 유화 일변도의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한미 양국이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독수리 훈련」에 대해 「북침을 노린 핵시험 전쟁연습」이라고 요즘 연일 비난하고 있다. 또 북한의 단군민족통일협의회는 지난 21일 한국 대종교 총전교 안호상(安浩相)씨에게 편지를 보내 긴밀한 연계를 통해 조국통일을 성취하자고 선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김정일이 권력을 공식 승계한 뒤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며 『이같은 움직임이 과연 북한의 개혁 개방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