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몰아치기 시작한 월드컵축구 열풍으로 온 나라가 뜨겁다.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의 핫이슈가 무색할 정도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4회연속 진출이라는 쾌거 때문이리라. 어디 그 뿐인가. 지난 여름 내내 한반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미국 프로야구의 박찬호와 일본 프로야구의 선동렬은 총체적 난국에 처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이 시대의 스포츠 영웅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성싶다. 우리 나라는 88 서울올림픽 이후 바르셀로나와 애틀랜타올림픽을 거치면서 세계 10위권의 스포츠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모두가 학원의 엘리트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가 마련한 체육특기자의 동일계열 진학방침은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시달한 98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에서 2000학년도부터 체육특기자의 대학진학을 동일계열로 국한해 버렸기 때문이다. 명분은 체육특기자들의 학력이 너무 낮아 일반학과에서는 수학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발상은 국가 대표선수를 길러내는 학원의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체육계열 학과의 정원을 늘리지 않은 채 일반계열 학과로의 진학을 봉쇄할 경우 체육특기자의 절반 이상이 대학에 진학할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학 운동부의 해체는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연세 고려 한양 등 국내 주요 사립대학은 매년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각 종목 체육특기자를 60여명씩 선발해 왔으나 앞으로 교육부의 방침대로 간다면 그 절반도 뽑지 못할 형편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 대학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 있는 수도권의 모든 대학에 적용되는 것이다. 또 이에 따른 여파는 당장 고교와 초 중학교 운동부의 위축을 불러오게 되고 멀게 본다면 엘리트 스포츠를 고사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문화체육부나 대한체육회 등 유관부서와 머리를 맞대고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다만 체육특기자의 동일계 진학방침이 불가피하다면 각 대학 체육계열의 정원을 전체 정원과 관계없이 추가로 증원해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이학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