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분 드라마」 3명의 남자와 「트리플 데이트」를 즐기는 여자. 「사랑은 늘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는 벤처산업」이라고 생각하는, 맹랑한 여자 나영(최정윤 분). 어느날 마음에 꼭 드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의 「옛 애인을 떼어내는 1백1가지 작전」이 시작된다. 발랄한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이 드라마는 빠르고 가볍다. 장면이 바뀔 때 가수 박진영의 뮤직비디오를 편집해 삽입하는가 하면 주인공 최정윤은 30벌이 넘는 옷을 연신 갈아입으면서 「보여주는 드라마」에 주력했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진지한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억지스러운 장면들이 눈에 거슬린다. 이 드라마의 중심축은 실업자인 기태(김태우 분)와 주인공과의 관계다. 나영은 별 볼 일 없는 남자인 기태를 떼어내려고 안달하다가 그의 어리숙함 속에 감춰진 순정과 사랑을 발견하고 결국 기태를 선택한다. 영화 「접속」에서 주목받은 김태우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고소공포증을 참으며 번지점프대에서 뛰어내리고 여자에게 채인 날 아이처럼 엉엉 우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모습을 잘 소화해냈다. 사족 하나. 정말로 1백가지가 넘는 애인 떼어내기 방법이 나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 것. 1백가지는 그만큼 온갖 짓을 다 해봤다는 뜻이고 한가지는 그 모든 노력을 끝내는 마지막 결정타, 나영과 기태의 결혼을 상징한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