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투표일인 12월18일까지는 47일이 남았다.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에겐 너무 길고 다른 후보들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이른바 DJP연대를 성사시킨 김총재로서는 당장 내일이 투표일이었으면 하는 조바심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계속 달리고 있지만 정치의 변덕과 불확실성으로 보면 남은 47일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그만큼 변수가 많은 것이다. 어렵게 이룬 DJP연대로 김대중총재의 대세론은 더욱 힘을 얻었다. 네번의 도전끝에 청와대행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자평한다. 자민련 김종필(김종필)총재 또한 내각제 실현이라는 정치적 명분 외에 국민회의와 동등한 지분으로 차기정부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의 기회를 잡았다. 여기에 영남의 박태준(박태준)의원 가세로 DJT연대까지 이어지면서 김대중총재는 과거의 약점인 색깔론과 지역편중 구도를 동시에 희석시킬 진용짜기에도 일단 성공했다. ▼ DJP의 정치적 모험 ▼ 생각해 보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팽(烹)이 없었던들 오늘의 DJP연대도 DJT연대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 일의 바탕에는 팽당한 김종필씨와 박태준씨의 강한 반감과 증오심이 깔려 있다. 결국 씨앗은 김대통령이 뿌린 셈이다. 사연이야 어떻든 다분히 이질적인 두 정당이 함께 정권을 도모하자며 계약서를 쓰기는 50년 헌정사에 일찍이 없던 대사건이다. 새로운 형태의 정치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김총재의 이러한 선택과 정치적 모험이 과연 성공을 거둘지, 아니면 실패한 정치실험으로 끝날 것인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물론 예상되는 여러 난관을 잘 극복하고 2년반 뒤 약속대로 내각제까지 실현해 낼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을 데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넘어야할산과건너야 할 강이 한둘이 아니다. 조건과 가정(假定)이 너무 많은 정치계약이기 때문이다. 첫번째 가정은 12.18심판의 승리다. 국민의 찬성을 얻어 대통령자리를 따내야 한다. 그러나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한 대연합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예상 외로 거센 역풍(逆風)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당장의 과제다. 국민선택권을 무시한 흥정, 권력나눠먹기야합,0.5대통령 등등의 부정적인 비판과 역풍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할 경우 자칫 반(反)DJP결속을 촉발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 大選변수와 불확실성 ▼ 현재의 DJ 지지율은 92년 대선때 얻은 33.8%에 알파를 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머지 65%가 뭉치느냐 분산되느냐는 4자냐 3자냐 양자(兩者)구도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양자 맞대결은 DJP진영이 가장 경계하는 대선구도다. 대선에서 이긴다 해도 내각제개헌으로 가는 2년반 동안은 갈등과 혼란의 연속일 것이다. 현재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원내의석은 통틀어 1백23석 뿐이다. 개헌의결 하한선 2백석을 모으는 일부터가 간단치 않다. DJ쪽이 철석같이 약속을 지킨다 해도 물리적으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할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설령 우여곡절 끝에 개헌이 된다 해도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그 첫 총선(제16대)에서 DJP진영이 원내 다수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면 대통령과 총리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JP의 우선권은 휴지가 되고 만다. 대통령과 총리자리는 그때의 야당차지가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일차적인 예측은 남은 47일의 작용과 반작용을 눈여겨보면 가닥이 잡힐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대선치고 시끄럽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특히 이번은 유별나다. 같은 사안이라도 한순간에 호재도 되고 악재도 되는 선거마당이다. DJP든 반DJP든 힘겨운 싸움이기는 마찬가지다. 참으로 길고도 짧은 47일이 아닐 수 없다. 남중구(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