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연로한 모친이 당뇨로 K병원에 입원했었다. 얼마 뒤 퇴원하려고 수속을 마친 후 병실에서 개인사물을 정리하는데 담당의사를 만나고 가라는 간호사의 전갈이 왔다. 퇴원 후의 간병에 관한 주의사항을 주려는 배려로 생각했다. 즉시 담당의사를 찾아갔더니 동의서 한장을 건네며 『환자에게 항생제를 무료로 임상시험 투약을 했으니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가라』는 것이었다. 기가 막히고 황당한 가운데서도 아찔한 느낌이었다. 새로 나온 신약을 환자에게 임상시험하자면 환자나 보호자에게 사전에 알리고 기대되는 효과나 예상되는 부작용에 관해 충분히 설명해주어야 마땅한다. 사실조차 숨기고 있다가 퇴원당일의 어수선하고 분주한 틈을 이용해 동의서에 서명을 하라는 병원측의 안이한 태도가 몹시 불쾌했다. 강력히 항의하기는 했지만 의사의 안이한 자세와 병원측의 기만행위를 떠올릴 때마다 속이 끓어올랐다. 병원측은 도덕적 윤리적 사명의식과 환자에 대한 책임의식 그리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앞장서주기 바란다. 강신복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