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 이한동(李漢東)대표 김윤환(金潤煥) 박찬종(朴燦鍾) 김덕룡(金德龍)공동선대위원장 등 5인 지도부가 모처럼 자리를 함께 한 것은 당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이총재측은 자칫 반대파의 입장이 압도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소집 자체를 거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당내 반발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소집키로 한 것. 사실상 이총재의 용퇴를 전제로 한 「반DJP연합」 서명운동이 당내 세대결을 촉발시킨 상황에서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데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도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동인(動因)이 됐다. 당의 단합이 절실하고 「반DJP연합」은 다수당인 신한국당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공통분모」를 찾아냈다는 점은 회동의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날 회동은 당내 주류 비주류간의 상황인식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을 확인해준 자리였다. 이날 이총재와 김윤환위원장은 「반DJP연합」이 사실상 이총재의 용퇴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후보교체 후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 등을 내세우기 위한 「불순한」 동기에서 출발한 것으로 주장했다. 이총재는 특히 『당의 소수 인사들은 겉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내용적으로는 이전지사를 염두에 두고 「반DJP연합」을 주장한다. 우리 힘만으로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해 「반DJP연합」 대상에서 이전지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김덕룡위원장은 『우리 힘만으로 안된다는 것은 패배의식과 다르다. 「반 DJP연합」은 당장 이전지사를 밀거나 후보교체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우리 당만으로는 정권재창출이 어려우므로 여러 세력들을 결집해야 한다』며 이전지사를 포함한 3자연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이총재가 비주류측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행하고 있는 시도별 필승결의대회나 이총재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관계개선 문제 등에 대한 얘기는 일절 나오지 않았다. 이날 회동은 결국 수습보다는 봉합을 위한 자리였던 셈이다. 〈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