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로 넘어갈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된 국민차계획에 대해 WTO의 조정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기아의 사업파트너를 국민차사업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미국 일본 등의 압력에 굴복하고 있기 때문. 인도네시아 국민차 공장의 사실상 최대주주기업인 TPN의 사장이자 수하르토 대통령의 3남인 후토모가 1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계획 추진 과정에서 일본 등의 집요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기아의 손을 들어준 인물. 그의 퇴진으로 기아의 입지가 어려워질 전망.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수입자동차에 대한 특별관세제도를 2000년까지 폐지하고 WTO에 제소된 국민차사업계획에 대해서도 향후 WTO의 조정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아의 국민차사업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국민차공장의 지분 30%를 갖고 있는 기아측으로서는 세피아의 면세혜택이 끝나 인도네시아내의 사업이 크게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민차사업권 획득 당시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도요타가 최근 기아가 사실상 파산상태에 있다고 밝히며 기아의 사업권을 승계하게 해달라고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도요타가 기아 사업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도요타는 인도네시아의 최대 자동차회사인 아스트라사의 주식지분을 40% 갖고 있는데 이 회사 하산 회장이 수하르토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신청으로 기업이미지가 실추된데다 인도네시아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기존사업계획을 전면수정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기아측은 보고 있다. 열세에 몰린 기아측은 1일 국민차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기아그룹 퇴진을 선언한 김선홍(金善弘)회장이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방문해 협력관계 유지를 당부할 계획이지만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