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에 따라 외화부채 평가손실인 「환산손(換算損)」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기업 회계기준 변경여부가 재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환산손 평가방식을 고수할 경우 재무지표가 크게 악화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국내기업 전체의 올해 환산손은 대략 5조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12월 결산 상장법인 5백55개사의 경우 상반기(1∼6월) 환산손은 1조2천5백억원으로 경상이익 총액의 43%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 증권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말 어려운 기업경영 환경을 감안, 장기차입 외화채의 경우 환산손을 당기(當期)결산시 반영하지 않고 「자본조정」계정에 반영, 자본금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렇게 되면 막대한 환산손을 입더라도 재무제표상 손익에 나타나지 않고 자기자본비율 등에만 반영된다. 그러나 달러화 환율이 지난해 말보다 80원 가량 폭등하면서 이런 방식으로도 재무구조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되자 아예 환산손을 평가하지 않는 방안이 재계에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 이 방식은 실제로 일본 등 급격한 환율변동을 경험한 나라들이 채용하고 있다. 장기 외화부채의 경우 실제 상환할 때 입게되는 손실을 「환차손」으로 당기 결산에 반영하면 된다는 것이 주요 논거다. 이밖에 환산손이 발생할 경우 5년으로 나눠 상각하는 방안도 유력한 방안이다. 증권관리위는 현재 재계의 이같은 물밑 요구에 대해 어려운 기업여건을 감안,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올해 결산시에 새로운 환산손 반영방식이 곧바로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우리기업들의 대외 신뢰도를 떨어뜨려 차입여건을 악화시키는 사태는 피해보자는 이유에서다. 반면 S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장기적으로 우리기업들의 대외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