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선거자금 스캔들에 대한 상원 청문회가 31일 중단됐다. 상원 정부문제위원회의 프레드 톰슨 위원장은 이날 청문회 중단을 선언하고 올해 말로 예정돼 있었던 조사기간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클린턴을 괴롭혀온 세가지 스캔들 즉 성추행과 화이트워터 사건, 선거자금중 한가지가 제거됐고 이는 그에게 중요한 정치적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원 청문회가 아직 남아있고 클린턴과 고어부통령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지만 의회 차원의 조사는 앞으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듯한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상원의 청문회 중단은 △결정적인 증거부족 △일부 공화당의원들의 미온적인 태도 △국민의 낮은 관심도 △자칫하면 불똥이 공화당으로 튈 수 있다는 우려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들이다. 증거부족은 당초 공화당이 우려했던 것 이상이었다. 아시아계 자금을 끌어들인 전 민주당 자금담당책 존 황의 경우도 분명하게 불법이라고 할 만한 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다. 더욱이 핵심 증인들은 유리한 증언을 해주는 대가로 면책특권을 요구해 증언대에 세우기도 어려웠다. 여론의 호응도가 낮았던 것도 공화당으로서는 아픈 대목이었다. 청문회가 계속되고 클린턴이 「연방정부 건물 안에서는 선거자금 기부 요청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는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주장들이 빗발쳤어도 클린턴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50∼60%대를 기록했다. 국민들의 호응이 낮았던데에는 공화당의 선거자금 모금이 민주당보다 더했으면 했지 못하지 않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공화당의 이른바 돈줄은 대기업이라는 사실들이 클린턴에 대한 공세의 효과를 반감시켰다. 그렇다고 소득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톰슨 위원장의 지적처럼 미국정치에서 정치자금이 어떻게 조달, 관리되는가에 대한 생생한 현장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