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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출신 19세 보모, 美법원서 종신형 『논란』

입력 | 1997-11-01 20:30:00


《조간신문을 받아든 영국국민은 놀라움과 함께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에서 「오페어」로 일하던 한 10대 영국 소녀가 끝내 2급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 받은데 대한 분노감은 이틀이 지나도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영국인들과 언론들은 이 소녀를 종신형에 이르도록 한 미국의 배심원제도, 언론의 선정적 편파 보도 등에 연일 비난을 퍼붓고 있다.》 영국의 분노를 보는 미국의 반응도 만만치 않다. 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자녀를 무책임한 보모에게 맡길 경우 일어날 수도 있는 불상사를 걱정하며 재판 결과를 초조히 지켜봤다. 어린 소녀에 대한 동정도 있지만 냉정한 태도였다. 거친 보모의 경우 아기에게 수면제를 먹이거나 운다고 마구 때려 불구가 된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국과 미국에서 이처럼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은 영국 체셔주 엘튼 출신으로 작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오페어」로 일했던 루이스 우드워드(19). 오페어란 다른 나라에서 숙식을 제공받는 대신 가사를 도우며 학교에 다니거나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사람. 그는 부부가 의사인 미국 보스턴의 한 가정에서 두 어린아이를 돌보다 8개월된 매튜를 때리는 등 학대 끝에 뇌손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2월 구속됐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미들섹스지방법원에서 배심원들은 30일밤 우드워드에게 만장일치로 2급살인죄를 평결했다. 2급살인죄도 1급살인죄와 마찬가지로 종신형이긴 하지만 15년 복역후 사면받을 수 있다. 특히 우드워드는 무죄, 아니면 1∼2급 살인죄 적용 등 극단적인 두가지 평결밖에 없는 소위 「전부 아니면 전무」제를 본인이 선택한 상황이어서 충격은 더했다. 우드워드측 변호인들은 배심원들이 정황증거만으로 종신형을 의미하는 유죄평결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무죄를 주장했었다. 검찰은 우드워드가 매튜의 잦은 울음에 대한 신경질로 머리를 때리거나 심하게 몸을 흔들어 그의 죽음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6시간이나 전화를 붙잡고 있었다는 통화기록, 밤늦은 시간 술집에 출입했다는 등 아이 돌보기를 소홀히했다는정황증거만 있을 뿐 아이를 괴롭히는 장면을 실제 목격한 사람은 확보하지 못했다. 유죄평결이 있자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얼굴의 우드워드는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터뜨렸으며 그녀 부모와 변호사들은 경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