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공백」. 축구전문가들은 일본전 패인을 이렇게 꼽았다. 1일 한일전을 관전한 전문가들은 『수비의 보루이자 한국팀 패스의 시발점인 홍명보가 빠짐으로써 한국팀이 평소의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영증 전 LG감독은 『한국과 일본팀 전술의 차이점은 한국은 최후방 수비수인 스위퍼를 둠으로써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이고 일본은 스위퍼가 없는 대신 일자수비로 오프사이드 함정을 펼치거나 상대의 측면 돌파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그동안 스위퍼로 활약해 왔던 홍명보가 빠짐으로써 수비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허정무 전남드래곤즈감독은 『롱킥이 정확한 홍명보는 수비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고정운 하석주 서정원 등의 측면 공격에 기폭제 역할을 해왔다』며 『홍명보 대신 이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두번의 경고를 받아 일본전에 출전하지 못한 홍명보는 지난달 18일 우즈베크와의 경기에서는 게임메이커로 나서 예리한 패스와 중거리슛으로 한국이 5대1로 대승을 거두는데 주축 역할을 했다. 안정된 수비로 상대의 초반 공격을 막아내다 측면의 발빠른 공격수들을 이용해 역습으로 승부를 거는 한국팀의 전술에서는 공격수들의 발앞에 정확한 패스를 넣어줄 홍명보같은 선수가 필수적. 또 홍명보의 결장으로 최영일과 이민성이 일본의 측면 공격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골잡이인 로페스와 미우라를 막는데만 급급해 일본의 「왼쪽 사이드어태커」 소마에게 번번이 왼쪽 측면을 돌파당했다. 김희태 명지대감독은 『일본이 홍명보가 빠졌을 때 한국 전술에 문제점이 생긴다는 것을 간파했다』며 『홍명보의 비중을 깨닫게 한 한판』이라고 지적했다. 〈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