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생 도라지」(장길·長桔)재배에 평생을 매달린 이성호(李聖鎬·67)씨는 「도라지 박사」로 불리지만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본 일이 없다. 경남 진주시 귀곡동에서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난 이씨가 다년생 도라지 연구에 빠진 것은 54년 무렵. 주위에서 『오래묵은 도라지는 산삼보다 낫다』는 말을 듣고 나서다. 이후 이씨는 지리산에 들어가 움막을 파고 살면서 5년여동안 도라지 연구에 몰두했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좋은 흙에 도라지를 심으면 뿌리가 썩고 오래 못살지만 척박한 황토땅에서는 새 뿌리가 생기며 장수한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일반 도라지는 3년이나 5년밖에 살지 못하며 산에서 자생하는 도라지도 수명이 4년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씨가 재배하는 다년생 도라지는 뿌리 한개가 사람의 팔뚝만큼 굵고 수십개나 되는 겉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모양도 특이하다. 20년생은 무게가 1㎏ 이상 나가기도 한다. 다년생 도라지 연구에 미쳐 한때 억대의 빚을 지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형편이 많이 좋아졌다. 지난 91년 「다년생 도라지 재배법」이 발명특허(제045791호)를 받았기 때문. 다년생 도라지는 △암 전이억제 △혈당강하 △지방대사 개선 △면역활성 증가 등 「산삼 못지않은 약효」로 당뇨 천식 중풍 고혈압 부인병에 좋다는게 이씨의 주장. 진주시 명석면에 있는 이씨의 도라지 밭은 5만여평에 이르며 2만평에는 20년 이상된 도라지가 심어져 있다. 〈진주〓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