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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김몽은/「참신한 정치」 과욕인가?

입력 | 1997-11-11 19:30:00


옛날 양자거(陽子居)라는 사람이 노자(老子)에게 밝은 정치의 요체에 대해 물었을 때 노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밝은 정치란 성덕(聖德)이 천하에 미치고 있는데도 그는 자기의 공을 자랑은커녕 그 공을 의식조차 하지 않으며 백성들은 그 정치인의 큰 덕을 느끼지조차 못한다. 그러므로 천하를 잘 다스리면서도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백성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태평성대를 노래한다. 이것이 성왕의 정치다』 ▼ 老子가 말하는 밝은정치 ▼ 또 천근(天根)이라는 사람이 무명인(無名人)에게 진정한 정치는 어떤 것이냐고 물었을 때 무명인의 대답은 이러했다. 『마음에서 일체의 욕심을 버리고 담담하게 순리에 따라 행할 뿐, 거기에 어떠한 사사로움도 끼여들게 하지 않으면 천하는 태평스럽게 다스려진다』(장자 내편응제왕·莊子內編應帝王) 또 중국의 군신(軍神)으로 추앙받고 있는 악비(岳飛)장군은 참 정치를 두마디로 잘라 말했다. 『문관이 돈을 탐내지 않고, 군인이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 천하는 태평해진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의 정치풍토는 그것과 구만리는 떨어져 있는 것같다. 소위 3김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외쳐대는 젊은 정치인들의 정책도 그 낡은 3김의 것보다 하나도 참신한 것이 없고 말만 바꾸었을 뿐 하는 행동거지는 오히려 그 낡은 정치보다도 한술 더 뜨는 썩은 정치의 율을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권모정치 술수정치 모략정치 야합정치 공약정치, 결국은 사기정치가 되어 가고 있다. 좀 더 새로운 것, 진정 그러한 진부한 정치풍토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참신한 정치를 기대하는 것이 혹시 과욕일까. 나는 날마다 성경을 탐독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읽을 때마다 새롭고 또 새롭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을 복된 소식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깨달았다. 즉 성경이 「복된 소식」이 되는 이유는 곧 새롭기 때문이다. 저 아침해를 보라. 몇 억만년 전부터 저렇게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지만 날마다 새 아침일 수 있는 것은 저 태양은 사심이 없이 순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욕심이 없는 것은 물론이요, 어떤 사심도 없이 「순결과 지식과 끈기와 착한 마음을 가지고 하느님의 가호를 믿고 의지하면서 꾸밈없는 사랑과 진리에 입각한 참다운 능력(실력)을 가지고」(고린도후서 6장6절∼10절 참조) 최선을 다해 국가와 민족에 봉사하면서도 영광을 받거나 수치를 당하거나 비난을 받거나 칭찬을 받거나 그런 것에 구애됨이 없이 언제든지 지도자답게 넓은 도량과 무한한 포용성을 가지고 관용과 이해로써 정치에 임하는 그런 사람을 바라는 것은 하나의 신기루를 좇는 것일까. ▼ 지도자의 첫 덕목 「사랑」 ▼ 정치적인 부패뿐 아니라 이러한 모든 부패와 타락현상은 우선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사라지고 자신의 욕심, 그리고 자기 무리(당)의 이익과 탐욕만을 채우려는 데서 비롯된 것들이다. 이 나라에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고 인간이 소외되면서 인간의 권리마저 짓밟히고 있는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의 탐욕으로 인한 사랑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국민의 마음에 나라사랑 민족사랑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샘솟기를 바라고 빌 뿐이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더욱! 사랑은 새로움만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김몽은(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