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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월드컵 한일축구 「성숙한 응원」

입력 | 1997-11-12 08:58:00


일반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적대감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이것은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에만은 지지 말라」는 말도 많이 들린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전 월드컵 축구 예선이 벌어진 서울 잠실경기장에서는 다소 달랐다. 아니, 기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 이 시합은 일본과 한국의 최종전으로 쌍방 응원단의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결과는 일본이 2대0으로 이겼지만 경기 종료후 양국 응원단이 서로 상대방에 대해 성원을 보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일본 응원단의 「플레이 플레이 코리아」라는 응원에 한국 응원단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심지어 『잘했다 일본』이라는 격려까지 한국 응원석에서 나왔다. 양국 응원단이 어깨를 얼싸안고 기념촬영도 했다. 과거의 한일전을 생각하면 이날 분위기가 얼마나 달랐는지 실감이 난다. 아마 과거 같으면 한국이 일본에 패하면 한국 응원단이 분노와 함께 『일본인들은 당장 돌아가라』는 야유가 나왔을 것이다. 한일전에서 패한 팀의 응원단이 이런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일본 언론사의 한국특파원으로 있는 친구는 필자에게 『지금까지의 양국 관계를 생각하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런 사태는 기적이다.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결코 상실하고 싶지 않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의 기자도 『이런 일은 지금까지 기자생활을 하면서 처음이다. 무언가 서로 감정이 달라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이같은 반응은 이미 월드컵 본선진출이 확정됐다는 여유와 함께 2002년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으로 개최함에 따라 일본을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실은 필자는 지난해 동아일보에 「월드컵 공동개최에 찬성한다」는 요지의 투고를 한 바 있다. 당시는 다소 주변에서 비판도 받았지만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는 정말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솔직히 말하면 한일 양국의 미래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나는 일본의 일반시민에 불과하지만 일본이 과거에 한국민에게 저지른 잘못을 사과하고 다시 한번 한국에 성원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월드컵 프랑스 대회에서도 양국이 함께 손을 맞잡고 좋은 성적을 올리기를 기대한다. 오쿠자키 요시히사(일본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