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과 같은 산업재산권은 기술개발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 국가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이같은 순기능은 어디까지나 침해에 대한 철저한 보호를 전제로 한다. 무분별한 침해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순기능은 역기능으로 전환되고 급기야는 산업재산권 제도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산업재산권 침해 중에서도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 종국적으로 실질적 침해를 초래하는데 특히 주목하여야 한다. 권리자가 특허쟁송을 제기한 경우 침해자가 권리범위확인심판 또는 무효심판을 청구, 분쟁의 장기화로 특허권자의 권리를 무력화시키는 경우다. 여기서 권리자가 승소한다 해도 보통 10년정도 걸려 권리구제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특허업체 종사자가 다른 회사에 취업, 기술의 미세한 차이를 악용해 특허출원을 하는 사례도 있다. 특허침해업체가 오히려 특허업체로 둔갑하는 경우다. 특허권자의 열악한 자금사정을 역이용해 특허권자의 도산을 유도하여 기술을 탈취하기까지 한다. 산업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현행 소송제도를 개선, 분쟁의 장기화에 따른 악순환을 조속히 제거해야 한다. 권리범위확인심판 무효심판청구는 법원의 적극적인 판단에 따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특히 연평균 4백50건 정도 제기되는 권리범위확인심판 제도를 폐지하고 특허청의 판정제도나 법원의 감정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산업재산권 침해사범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침해사범에 대한 솜방망이식 처벌 또는 외국의 통상압력에 따라 발동하는 미온적인 형사제재는 국민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권리의식을 둔화시키게 될 것이다. 분쟁해결에 기술전문가를 적극 참여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 산업재산권 분쟁의 특성은 고도의 기술내용 자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 비춰 내년에 신설될 특허법원은 기술판사제도를 신중하게 고려했으면 한다. 특허청의 이공계 출신 우수한 심사관을 기술판사로 임명하면 제도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독일의 연방특허법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편 특허법원과 특허청을 동일지역에 두어야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데도 특허청은 대전으로의 이전계획이 확정된 상태고 특허법원은 서울에 두는 것으로 돼 있다. 합리성을 무시한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지역배치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백태승 (연세대교수·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