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에는 일이 너무 즐거워 아무리 바빠도 힘든 줄 몰랐어요. 국민이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일할 맛 나는 게 공무원이지요』 국무총리실 제1행정조정실의 구문임(具文任·50·기능직9급)씨는 68년 한문타자수로 국방대학원에 들어간 뒤 국무총리실로 옮겨 결혼으로 공무원생활을 잠시 중단한 것을 빼고는 20년동안 국무총리실에만 근무해 왔다. 11대 백두진(白斗鎭)총리부터 30대 현 고건(高建)총리까지 국무총리 20명을 모셔온 「총리실의 산증인」이다. 『18대 노신영(盧信永)총리는 국제감각적 업무스타일로 정평이 났고 23대 정원식(鄭元植)총리는 한여름에도 에너지절약에 솔선수범하기 위해 대야에 물을 받아 발을 담그고 근무했습니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보고서 작성의 도사다. 아무리 복잡한 행정문서라도 구씨의 손만 거치면 어느새 깔끔하게 바뀐다. 국무총리 주례보고와 각부처 장차관 동정 등을 행정문서로 만드는 일이 그의 주요 업무. 요즘에는 컴퓨터를 사용해 작업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는 『예전에는 문서에 한문이 많아 한문은 한문타자로, 한글은 다시 한글타자로 쳐야 했다』며 『85년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는 용어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우리 실에서 제일 잘한다』고 말했다. 3월 고려대 정책과학대학원 연구과정에 등록, 만학의 꿈을 불태우고 있는 구씨는 매주 월 목요일 저녁 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있다. 〈이헌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