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즈베스티야 ▼ 이달초 열린 노타이차림의 러일정상회담과 잇따른 베이징에서의 러중 정상회담은 세인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옐친과 하시모토는 하시모토가 직접 옐친의 사진을 촬영하려 할 정도로 깊은 우애를 다졌다. 또 장쩌민과는 최근 5년동안 다섯번째 공식회담이 되는 등 두 정상은 서로 표정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성과도 많았다. 일본과는 경제협력, 중국과는 국경문제 및 경제협력에 놀랄만한 진척을 봤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이 향후 국제질서에서 지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점과 그 중요성을 감안할 때 미 러 중 일 4강의 접촉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꼭 러시아가 희망하는 결과만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은 이 지역의 패권을 주장하는 일본과 불편한 관계를 낳고 있다. 미국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인권문제를 접어둔 채 이미 중국과 정치 경제적 밀월관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한 고위관리가 『러시아로서는 연쇄 정상 회담으로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에 정치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지만 그 이면에 깔린 경제적 실리는 챙기지 못했다』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1세기 아태지역에서 러시아는 미국 중국 일본 등 3강과는 달리 보조적 역할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러시아는 이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자국에 걸맞은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 〈정리·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