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측이 희망할 때만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일요일인 16일에도 계속돼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하는 등 팽팽한 대립양상을 보였다. 특히 대법원은 17일 국회 법사위심의, 18일 국회본회의 처리에 앞서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윤관 대법원장 명의의 성명서 발표를 적극 검토중이어서 주목된다. 국회의 입법과정에 대해 대법원장이 공식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 큰 파문이 예상된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16일 『이번 개정안은 인권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영장실질심사제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개악이기 때문에 법원의 반대입장을 명확하게 하기위해 대법원장의 공식입장표명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사법부로서는 인권보호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뭔가 긴급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이주흥(李宙興)송무국장은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개정안은 위헌 요소가 많은 것은 물론 법리적인 문제점도 상당히 많다』며 공청회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친 뒤 법개정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개정안이야말로 이 제도의 시행이래 끊임없이 야기돼온 법원과 검찰의 소모적인 논쟁을 조기에 종식시키는 해결책』이라고 대응했다. 한편 신한국당 목요상(睦堯相),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 자민련 이정무(李廷武)의원 등 3당 총무는 이날 회담을 갖고 국회 법사위 법안개정소위에서 통과된 개정안에 대해 법원이 거센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만큼 양측의 입장을 다시 수렴해 재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정훈·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