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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人,뇌사아들 장기 이스라엘소년에 기증

입력 | 1997-11-16 20:27:00


기원전부터 시작된 피비린내나는 민족간의 전쟁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체적으로는 불구대천의 원수였지만 이스라엘인 삼손과 팔레스타인인 데릴라의 관계에서 나타나듯 두민족사이에는 애증(愛憎)이 얽혀 있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고무탄알에 희생된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장기(臟器)가 이스라엘 소년들에게 이식돼 두 민족을 감동시키고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숨진 어린 소년이 분노와 증오를 극복하는 「거룩한 희생양」이 된 것이다.

올해 아홉살난 팔레스타인 소년 알리 자와리시는 11일 베들레헴의 라헬무덤 근처에서 놀다가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를 진압중이던 이스라엘군이 쏜 고무탄알을 머리에 맞았다. 자와리시의 부모는 심한 뇌손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아들의 병상을 지키며 회생을 애타게 기원했으나 15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이스라엘 의사가 소년의 회생불능을 알리고 장기기증 의사를 물었을 때 이들 부부는 심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유태교와 이슬람교에서는 가능한 한 시신을 손상하지 않고 매장토록 권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와리시의 아버지는 완강히 반대하는 아내를 설득, 아들의 장기를 이스라엘 국립장기은행에 기증키로 결정했다.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아들은 죽었지만 이스라엘인이든 팔레스타인인이든 다른 아이가 내 아들의 일부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결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4시간의 수술끝에 자와리시의 심장 간 신장 허파는 소년의 싸늘하고 조그만 몸에서 떨어져나와 열두살짜리 이스라엘 소년 2명에게 이식됐다. 한편에서는 자와리시의 죽음을 계기로 이스라엘의 과격한 시위진압방식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인권단체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나 소년의 아버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복수를 말할 때가 아닙니다. 평화는 멀리 있기는 하지만 계속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을 잃고도 평화에 대한 소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이 아버지의 간절한 염원은 언제쯤 이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