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 코르티스 피자로와 다른 유럽의 정복자들이 5백년전 신세계에 도착했을 때 왜 원주민 전사들은 이들을 바다로 몰아내지 못했을까. 코뿔소를 탄 아프리카의 반투족 전사들은 왜 북쪽으로 건너가 말을 탄 로마인들을 해치우고 아프리카와 유럽에 걸친 제국을 건설하지 못했을까. ▼ 가장 번성한 유라시아 ▼ 이와 유사한 많은 의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답이 최근 자렛 다이아몬드가 쓴 「총 병균 그리고 강철」이라는 책에 나와 있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원주민, 그밖의 다른 인종 대신 유럽인과 아시아인들이 세계의 대부분을 지배한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한 최초의 책이다. 다이아몬드의 주요한 명제는 인종 혹은 민족간에 아무런 선천적인 우열이 존재하지 않으며 한 민족의 침략에 따른 다른 민족의 비극은 순전히 불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럽인과 아시아인들의 지배는 기르기에 적합한 동식물을 풍부하게 갖고 있었고 동서로 뻗친 유라시아 대륙의 특성상 가축 작물 기술 등의 이동이 수월했기 때문이라는 수많은 증거를 제시했다. 유라시아는 경작이 가능한 56종의 야생식물 중 32종을 갖고 있었다. 다른 어떤 지역도 6종 이상은 갖고 있지 않았다. 가축화된 동물은 비료, 고기와 우유를 공급했고 밭을 갈았다. 가축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바탕이 됐다.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 많은 가축을 갖고 있었던 반면 캘리포니아에는 가축이 될만한 포유류가 없었다. 사실 미주에는 라마(아메리카 낙타)말고는 가축이 될만한 포유류가 없으며 그나마 수도 적었다. 대륙이 남북으로 뻗쳐 있다는 지리적 특성은 이동을 어렵게 만든다. 남북으로 이동하면 급격한 기후 변화로 작물은 쓸모없게 되고 축산물의 생산도 힘들어진다. 게다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는 산맥과 사막 혹은 열대우림으로 고립돼 있어 발전된 다른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호주와 뉴기니, 태평양의 섬 또한 마찬가지다. 수천년전 아시아는 유럽과 동등하거나 앞서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일본과 중국이 내부만을 보고 다른 나라와 생각을 교환하는 것을 멈추었기 때문에 유럽이 앞서게 됐다고 주장한다. 일본과 중국은 이제 경제대국으로 복귀했고 일본의 기술혁신은 최근 수십년간 이룩한 급성장의 열쇠가 됐다. ▼ 혁신 멈추면 곧 쇠퇴로 ▼ 이 책은 「혁신이 성공을 뒷받침하는 반면 자기만족은 침체와 쇠퇴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인류사의 초기에는 동식물과 지형적 유용성에 따라 기술 발전이 좌우됐다. 오늘날 정보사회에서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자원은 인간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리더십이다. 세계의 모든 지역이 이것을 풍부히 갖고 있어 흥미진진한 인류사의 다음 장을 약속해주고 있다. 〈빌 게이츠·정리〓김홍중기자〉